‘유럽판 IRA’ EU 탄소국경세 도입에…韓 철강업 수출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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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월 19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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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열린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을 위한 기업간담회’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지원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환경부 제공
유럽연합(EU)이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수입 공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CBAM) 도입 결정을 내리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 산업은 탄소?배출을?가장?많이 하는?업종인 만큼 글로벌 탄소규제는 수출 경쟁력과 직결된다.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로 불리는 CBAM이 적용되면 수입 업체가 부담하는 관세가 높아져 철강 관련 수출 물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도 철강업계와 학계·연구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 대응 작업반’을 꾸리며 대응책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EU는?올해 10월부터?CBAM을?시범?도입하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CBAM은 EU로 수출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따라 부담금을 매기는 것이다. 적용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가지다.

시범 운영 기간에는 EU 현지 수입업체에 제조 과정의 온실가스 배출량만 보고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과세가 시작된다. 톤당 CBAM 인증서 1장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과세 항목과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국내 철강 회사들이 CBAM의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분석된다. 철강은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EU 수출액이 크고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 비중도 다른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지난해 한국의 업종별 EU 수출액은 CBAM 적용 대상 품목 가운데 철강이 43억달러로 가장 많다. 이어 알루미늄(5억달러),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2021년 기준 대(對) EU 수출액도 철강업계가 43억달러(약 5조5000억원)로 가장 많다.

철강업계 안팎에선 CBAM을 적용할 때 EU로 수출하는 과정에서 5.8%의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영향으로 수출이 약 12.3%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CBAM 시행으로 인한 국내 철강업계 추가비용은 연간 1억3500만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는 탄소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지만 CBAM 도입 전까지 대응책을 마련하긴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포스코는 친환경 생산 기술인 수소환원제철 공법을 준비 중이지만 수소환원제철이 도입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 등 철강재를 공급받는 업체들도 친환경 원자재를 제작하는 외국 기업으로 납품처 변경을 제안받는 등 혼란에 빠진 모습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CBAM 적용 상황을 알아보니 친환경 원자재를 쓰는 게 이득인데 국내 철강사에서 받는 공급가격보다 최소 30% 높아 난감하다”고 했다.

업계에선 탄소 감축을 위한 기술 개발과 함께 수출기업에 대한 특단의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탄소 규제가 우리 수출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탄소 배출 검·인증, 설비 투자와 기술 개발 등 정책 지원까지 요청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철강산업 탄소규제 국내대응 작업반’을 출범시키며 대응에 나섰다. 전기로 효율향상, 수소환원제철 기초 설계 등 2097억원 규모의 기술개발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EU에 한국이 2015년부터 운영 중인 탄소배출권제도(ETS) 등 탄소 감축 정책을 반영해서 CBAM 인증서 감면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며 “이중 삼중으로 탄소배출에 대한 비용을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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