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찾아요” 인터넷 수소문하는 아프리칸 한국인 [기자의 눈/이채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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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아버지와 나이지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용최 씨의 100일 잔치 사진. 한복을 입고 있다. 이용최 씨 제공
한국인 아버지와 나이지리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용최 씨의 100일 잔치 사진. 한복을 입고 있다. 이용최 씨 제공
이채완·국제부
이채완·국제부
“(한국인) 아버지는 100일 잔치를 해준 뒤 한국으로 영영 떠났습니다.”

아프리카 서부 나이지리아에 사는 한국계 사생아 이용최 씨(23)는 “아버지를 꼭 찾고 싶다”며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는 성인이 된 후 이름을 스스로 지었다. 한국인 아버지의 성에 인터넷에서 본 한글 ‘용’과 ‘최’를 붙였다. 너무 어릴 때 떠나버린 아버지의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한국계라는 자신의 핏줄을 잊지 않고 싶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라이베리아 출신 한국계 사생아들의 ‘힘겨운 아빠 찾기’에 대해 7일 보도(“날 두고 간 한국인 아버지… 찾아도 ‘서류상 가족’ 슬픈 현실만”)한 이후 기자에게 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 씨처럼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가나 등 아프리카 곳곳에 있는 한국계 사생아들이 어떻게 하면 한국인 아버지를 찾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극적으로 아버지를 만난 라이베리아계 혼혈 서관우 씨(35)의 사례가 기사를 통해 알려지자 그를 도왔던 세계한인법률가회에도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코피노’(필리핀), ‘라이따이한’(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계 한국 혼혈인들은 비교적 알려진 편이지만 아프리카계 한국 혼혈인은 오래도록 우리의 시선 밖에 있었다. 이 씨는 아버지가 일했던 나이지리아 회사와 한국대사관을 찾아가 사정했지만 아버지 찾기에 번번이 실패했다. “바보 같지만 인터넷으로 한국인들에게 우리 아빠를 아느냐고 메시지도 보내 봤어요. 한국에 이 씨 성 가진 사람이 수백만 명이란 답이 돌아오더군요.” 가나 혼혈인 김복남 씨(29)는 “우리 같은 아프리카 혼혈아들은 뿔뿔이 흩어져 있다. 아버지를 찾는다는 기대는 접고 살아가야 했다”고 말했다.

일본에도 2000년대 초 ‘자피노’(일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다. 이때 일본은 민관이 나섰다. 기업과 시민단체가 자피노에게 교육과 취업 기회를 제공했다. 정부는 2008년 국적법을 개정해 자피노가 일본 국적을 쉽게 취득하도록 도왔다.

동아일보에 소개된 관우 씨는 친부를 찾아 가족관계증명서에도 올랐지만 높은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요구하는 귀화시험을 통과하지 못해 4년째 한국 국적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들이 친부를 찾았다면 국적 취득 절차를 간소화하거나, 친부를 찾는 동안 한국에 머물 수 있도록 취업비자를 제공하는 등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씨는 기자와의 통화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의 나라에 꼭 가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만약 아버지를 만난다면 오랜 시간 바라보고 안아보고 싶습니다.”


이채완·국제부 기자 chaewani@donga.com


#한국계 사생아#아프리칸 한국인#힘겨운 아빠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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