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융합으로 ‘순에너지’ 생산 성공…상용화까진 ‘글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4일 16시 16분


코멘트
미국이 미래의 무한 청정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핵융합 기술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순(純) 에너지(net energy gain·투입된 에너지양을 초과해 생산된 에너지)’ 생산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핵융합 발전소 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번 실험 결과는 핵융합 발전 연구의 중대한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는 동시에 실제 전력 공급으로 이어지기까지 해결해야 할 공학적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장관은 13일(현지 시간) 수도 워싱턴 기자회견에서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의 국립점화시설(NIF)을 통해 5일 사상 처음으로 핵융합 순 에너지를 생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는 “탄소배출 없이 우리 사회에 전력을 공급해줄 핵융합 발전에 한 단계 더 가까워졌다. 21세기의 가장 인상적인 과학 업적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연구팀은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 2.05MJ(메가줄)의 에너지를 소모한 결과 3.15MJ의 에너지를 얻었다. 투입된 에너지의 약 154%를 산출한 것이다. 앞서 1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구팀 관계자를 인용해 2.1MJ을 투입해 2.5MJ을 생산했다고 전했지만 실험 데이터 재검토 결과 더 많은 순 에너지를 만들어낸 것으로 밝혀졌다.

과학계는 이번 실험에 대해 “핵융합 발전의 돌파구”라고 입을 모으면서도 핵융합 발전소 개발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한다. 특히 효율성을 얼마큼 높일 수 있을지가 핵심 요소로 꼽힌다.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팀이 사용한 ‘관성 봉입 핵융합(inertial confinement fusion)’ 기술은 192개의 초강력 레이저를 통해 태양보다 더 뜨거운 섭씨 1억 도 이상의 초고온 환경을 만들어 핵융합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1.1MJ의 순 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지만 레이저 기기에 소모된 에너지만 322MJ에 이른다. 현재 이 레이저는 하루에 몇 차례만 빔을 쏠 수 있는데, 발전소 연속 가동이 가능하려면 레이저빔 발사율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 결과적으로 상용화를 위해선 이번 연구에서 기록한 154%의 출력을 최소 300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이 기술의 막대한 비용과 비효율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기존에 세계 핵융합 연구단체들이 개발해온 자기장을 이용한 ‘토카막(tokamak)’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NIF는 애초 에너지 발전소 개발이 아니라 핵융합 기반의 폭탄 연구를 목적으로 35억 달러(약4조5000억 원)의 지원을 받고 세워진 연구시설이다. 효율성을 높이기에는 장비 비용부터 만만치 않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데이브 해머 미 코넬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매우 획기적이지만 NIF는 애초 비효율적으로 설계됐다”고 했다. 미 해군연구소(NRL) 레이저 핵융합 담당자였던 스티븐 보드너는 “NIF의 무기 연구 기능을 대폭 줄이고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 몰두할 것인지는 앞으로 미 정부에 달렸다”고 말했다.


신아형 기자 abr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