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 치면 A4용지 소개가’… 中, 인터넷 기업들에 검열 강화 지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일 17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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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27일(현지 시간) 베이징에서 중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중국 당국이 반(反)정부 시위 확산의 원동력인 인터넷에 대한 검열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 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터넷 검열, 통제를 총괄하는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이 지난달 29일 주요 인터넷 기업에 검열 직원을 늘리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이번 시위 상징으로 떠오른 ‘백지(白紙)’ 관련 검열을 강화하고 대학가 시위 정보 공유에 각별히 주의하라는 지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 위챗 운영사 텐센트와 동영상 플랫폼 더우인(틱톡) 모회사 바이트댄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 등이 지시 대상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백지 시위가 퍼지자 이 기업들은 SNS에서 시위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현재 검색어 ‘백지’를 치면 A4용지 소개 등이 나타난다.

로이터에 따르면 1일 오후 상하이에서 퇴근길 시민들의 휴대전화로 “코로나 봉쇄를 완전히 해제하고 시진핑이 퇴진해야 중국이 나아진다”는 내용이 발송됐다. 중국 당국이 거리 시위를 원천 봉쇄하자 나온 시위대의 새로운 전술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검열을 우회하는 글쓰기도 퍼지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대신 ‘바나나껍질’이라고 쓰는 식이다. 시진핑과 바나나껍질의 병음(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 표기)가 각각 ‘XiJinPing’ ‘XiangJiaoPi’이어서 머리글자가 ‘XJP’로 같은 데서 착안한 것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애도를 명분으로 한 중국 당국의 과도한 통제도 논란이다. 대만 쯔유(自由)시보는 2일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카타르 월드컵 TV 중계 화면이 흑백으로 변했다”며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소개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해당 사진은 현재 검색되지 않는다. 한 누리꾼은 “이런 통제가 쌓이면 결국 터지게 된다”고 꼬집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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