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亞 동맹과 中제재 패키지 검토…의회 ‘대만정책법’ 표결 움직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9월 14일 17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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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나의 방문이 美 고위급 추가 방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낸시 펠로시(왼쪽)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달 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총통부에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나 연설하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나의 방문이 美 고위급 추가 방문으로 이어지길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AP/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해 유럽과 아시아 동맹국을 규합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협의하기로 한 가운데 미 의회는 대만을 ‘비(非)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으로 규정하는 ‘대만정책법(TPA)’ 표결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면서 미중 갈등이 크게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3일(현지 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 대만에서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중국 제재) 로비가 이뤄지고 있다”며 “반도체, 통신장비 등 기존 무역·투자 제한을 넘어선 제재를 취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 미국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시 주석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대중국 제재 패키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백악관이 유럽과 아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중국의 도발을 피하는데 초점을 맞주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던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제재에 나섰던 것처럼 중국의 대만 침공이 가시화될 경우 유럽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동맹국과 공동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다.

레이그 싱글턴 미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연구원은 “중국 제재에 대한 초기 협의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 작전을 펴는데 필요한 특정 기술 접근을 제한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 검토에 나선 것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 봉쇄훈련에 나서는 등 대만 무력통일 가능성을 내비친데 따른 것이다. 대만에선 중국의 봉쇄훈련 이후 중국에 대한 선제적 제재 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대만은 공식 외교관계가 없는 유럽과도 접촉을 강화해 중국에 대한 제재 필요성에 대한 설득을 강화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나토가 6월 정상회의에서 중국을 구조적 위협으로 규정하는 신전략개념을 채택한 가운데 독일 역시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을 예고한 상황이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에서) 더는 순진하게 굴지 않겠다”며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새 무역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상원 의회에서 논의될 대만정책법이 통과되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억제하기 위한 중국 제재 방안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에릭 세이어스 미국 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만정책법이 중국 제재에 대한 논의를 촉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재무부는 필요시 제재를 단행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 상원 외교위는 14일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는 대만정책법 심사 등 표결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소속 밥 메넨데즈 상원 외교위원장은 13일 기자들과 만나 “이 법안이 초당적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이 법안은 대만을 지원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이 대만정책법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 법안은 상원 외교위를 통과하더라도 상하원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한다. FT는 미 의회가 연말 처리될 국방수권법(NDAA) 부속법안으로 이 법안을 통과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주미 중국대사관은 “하나의 중국 정책을 바꾸는 이 법안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니 글레이져 중국연구실장은 FT에 “이 법안이 통과되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중국은 (대응) 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매우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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