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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美, 낙태권-총기규제 분열 극한 치달아… “노예제 폐지후 최대 갈등”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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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수적 판결’ 이후 갈등 확산… 뉴욕 등 진보 성향 주 “효력 막자”
낙태-총기규제 인정하는 법안 추진
텍사스-플로리다 등 보수성향 주, 낙태금지법 재발효 등 판결 시행
NYT “美, 합중국 아닌 분열국… ‘두개의 미국’ 중 하나 선택하게돼”
바이든, 민주 소속 주지사들과 ‘낙태권 회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아래)이 1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집권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화상 회의를 갖고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에 따른 후속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4일 독립기념일을 앞두고 미국에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총기 규제 무효화 판결에 따른 분열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노예제 폐지를 두고 벌어진 남북전쟁 이후 최대 갈등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뉴욕, 캘리포니아 등 진보 성향이 강한 서부와 동북부 주는 연방대법원이 내린 보수적 판결의 효력을 막기 위해 주 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텍사스, 플로리다 등 중남부의 보수 성향 주는 해당 판결을 즉각 시행하기 위해 행정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합중국이 아닌 분열국(disunited states)”이라고 논평했다.
○ 뉴욕주, 대법 판결 맞서 주 헌법 개정
진보 성향의 뉴욕주 의회는 1일 타임스스퀘어를 포함한 지하철, 박물관 등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하고 총기 소유 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검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지난달 23일 연방대법원이 공공장소에서 총기 휴대를 규제하는 뉴욕주 법률에 대해 “총기 소유의 자유를 보장하는 수정헌법 제2조 위반”이라며 무효화하자 더 강력한 총기 규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칼 헤이스티 뉴욕주 의회 의장은 “연방대법원이 100년 역사의 뉴욕 총기 규제 법안을 뒤흔들며 위험한 결정을 내려도 뉴욕주는 주민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뉴욕주 의회는 낙태권을 주 헌법에 명시하는 수정 절차에도 착수했다. 캘리포니아주도 11월 낙태권 보장을 위한 주 헌법 개정안을 주민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일 민주당 주지사 9명과 화상으로 만나 “의회가 움직이기 전까지 각 주에서 (연방대법원 결정에 맞서) 어떤 절차를 추진할 수 있을지 듣고 싶다”며 낙태권 금지 판결을 무력화할 주별 대책을 촉구했다.

반면 텍사스주에선 한 세기 전인 1925년 제정된 낙태금지법이 1일 다시 발효됐다. 텍사스주는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지 판결과 동시에 낙태를 즉각 금지할 수 있도록 한 ‘트리거 조항’을 두고 있었는데 지방법원이 이 조항의 시행을 유예해 달라는 낙태 옹호 단체의 신청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공화당 소속인 주 법무장관은 낙태 시술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 하급심 판결에 반발해 이의를 제기했고, 주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날 플로리다주에선 초등학교 내 동성애 교육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효되기도 했다.
○ 구글 “낙태 시설 방문 위치 정보 즉각 삭제”
낙태를 둘러싼 ‘가치 전쟁’의 여파는 미국 기업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은 낙태 병원이나 시설 방문 시 이용자 위치 정보를 즉각 삭제하겠다고 1일 밝혔다. “구글 검색 기록이 불법 낙태 관련 기소에 활용될 수 있다”며 민주당과 낙태 옹호 단체들이 우려를 제기하자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앞서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노동조합은 “(낙태 경비 지원 등) 회사의 낙태권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며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 바 있다.

아마존의 낙태권 옹호 직원들도 최근 경영진에 “낙태 금지 주에서 영업을 중단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인 더 버지는 “미국 전역에 거점이 있는 애플, 구글, 아마존 등은 직원들 간에 의견이 엇갈려 기업들의 고민이 깊다”고 보도했다.

NYT는 “낙태 옹호자들은 과거 (흑인 노예들이) 북부로 피난했듯, 현재는 중부 일리노이주나 콜로라도주가 여성들의 ‘낙태 피난처’ 역할을 한다고 본다”며 “양쪽 분열이 너무 커 일부 미국인들은 ‘두 개의 미국’ 중 하나를 선택해 이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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