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퇴각해도 금융동결 해제 수십 년 걸릴 수도”

  • 뉴스1
  • 입력 2022년 3월 16일 1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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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사회주의 근간을 마련한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국가 부도를 향하고 있다.

국제 채권시장은 러시아의 금융자산 동결이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러시아의 국가부도 선언이 임박한 가운데 러시아 국채 가격은 거의 15년간 국제자본 시장에서 차단됐던 아르헨티나가 세운 저점에 근접해 거래됐다.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 만에 첫 국가부도 위기

국제신용평가업체 피치는 러시아가 달러빚을 루블화로 상환하면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의 제재로 국제결제시스템(스위프트)에서 차단되면서 중앙은행 조차 달러 외환보유고 접근이 막혔다. 이에 러시아 정부는 서방 제재가 풀리기 전까지 달러빚을 루블화로 상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15일(현지시간) 피치에 따르면 러시아가 달러 표시 국채 2개에 대한 이자 상환일인 16일 예고한 대로 루블화로 이자를 지불하고 이자지불 유예기간 한 달이 지나면 ‘국가부도’(sovereign default)가 성립된다.

피치는 성명에서 “러시아의 달러표시 유로본드 쿠폰(약정이자)을 만기일인 16일 현지 루블화로 지불하고 30일 이자지불 유예기간이 지나면 국가부도가 성립된다”고 밝혔다. 유로본드는 유럽 자본시장에서 발행되는 외화표시 채권으로 대부분 달러 표시다.

16일 러시아가 상환해야 하는 달러표시 국채쿠폰은 1억1700만달러다. 피치는 유예기간이 지나면 두 개의 달러표시 러시아 국채 신용등급은 ‘디폴트’(D)로 떨어지고 러시아의 다른 달러표시 장기 국채는 ‘제한적 디폴트’로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루블화 표시 국채 등급은 디폴트 임박을 의미하는 ‘C’인데 이달 2일 만기였던 루블화 국채의 쿠폰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달러로 지불되지 않았다고 피치는 설명했다.

결국 러시아가 루블화로 달러국채 이자를 지불하면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이후 100년 넘게 만에 처음으로 러시아의 외화 표시 국채는 디폴트에 빠지는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15년간 금융고립됐던 아르헨티나 될 수도”

문제는 30일 이자지불 유예기간 동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서방 사이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돼 러시아의 금융자산 제재가 당장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채권시장의 흐름상 러시아가 글로벌 금융시스템으로 복귀하려면 수 년 혹은 수 십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주 러시아 국채의 가격은 액면가 1달러당 10센트 이하로 거래됐는데 이는 5년 전 제재로 인해 기근 위기까지 직면했던 베네수엘라과 비슷하다. 게다가 국제 자본시장에서 15년 간 사라졌던 아르헨티나가 세웠던 저점에 근접했다.

러시아 국채가 일련의 디폴트에 빠지면 아르헨티나 만큼이나 장기간 러시아의 해외 금융자산이 동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주식부터 원유, 채권까지 러시아 자산에 투자한 이들도 원금을 언제 회수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채권투자자들의 경우 러시아의 해외자산을 압류하기 위해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지만, 소송에서 이겨도 법집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애널리스트들은 WSJ에 말했다.

러시아를 채무재조정을 위한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만도 수 년이 허비될 수 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 몇 년 동안 국제 자본시장에서 돈을 빌리지 않고도 버텨왔기 때문이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에 다르면 지난해 러시아 채권의 80%는 현지 투자자들 보유분이었다.

게다가 해외 채권단이 러시아와 채무조정에 나서는 것은 러시아 연방정부와 관련한 업무를 제약하는 미국 혹은 유럽연합(EU)의 현재 제재에 위반되는 것이다.

러시아 채권을 가진 투자자들이 빌려준 돈의 극히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수 십년이 걸릴 수 있다고 버지니아대학의 미투 굴라티 교수는 예상했다. 1917년 볼셰비키 혁명 당시 러시아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1980년대 미카일 고르바초프 옛 소비에트연방(소련) 당시 대통령이 자본시장 재접근을 시도하면서 일부 원금을 되돌려 받았다고 그는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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