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軍, 21일 돈바스 공격할 것”… 美 “침공 정당화 구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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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러 “돈바스 주민 보호” 하루만에 친러반군 “민간인 2명 사망” 주장
예비역 총동원-주민 철수령 내려… 러 정부는 “난민 대비” 국경 개방도
나토 “모든 징후, 러 전면공격 지목”… 英존슨 “러, 종전 후 최대전쟁 계획”

친러반군 “이곳서 민간인 사망” 주장… 주민들엔 대피령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인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이 수립한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20일 우크라이나군의 전날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진 현장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반군 용병과 러시아 특수부대의 도발이라고 반박했다(위쪽 사진). 역시 반군이 수립한 돈바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 데발체베에서 19일 주민들이 러시아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고 있다. DPR 지도자는 군대 총동원령과
 주민 70만 명에 대한 대피령을 내렸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홈페이지·데발체베=AP 뉴시스
친러반군 “이곳서 민간인 사망” 주장… 주민들엔 대피령 우크라이나 동부 분쟁지인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반군이 수립한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은 20일 우크라이나군의 전날 포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진 현장이라고 주장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반군 용병과 러시아 특수부대의 도발이라고 반박했다(위쪽 사진). 역시 반군이 수립한 돈바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지역 데발체베에서 19일 주민들이 러시아로 향하는 열차에 오르고 있다. DPR 지도자는 군대 총동원령과 주민 70만 명에 대한 대피령을 내렸다. 루간스크인민공화국 홈페이지·데발체베=AP 뉴시스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 세력인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 20일(현지 시간) “정부군의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등 돈바스 교전이 격화되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쟁 임계점으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 하원의장이 19일 “(돈바스) 시민들의 생명에 위협이 있다면 이들을 보호할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언급한 입장”이라고 말한 지 하루 만에 민간인 사망 주장이 나온 것. 러시아 정부는 즉각 이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은 러시아가 이를 침공을 정당화할 이유로 내세울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교롭게도 타스통신은 러시아 하원 부의장이 “우크라이나군이 48시간 안에 돈바스를 공격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공격 시작일을 21일로 지목했다고 20일 보도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태세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핵 탑재가 가능한 극초음속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훈련을 참관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에서 미사일을 즉각 발사 가능한 태세로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국방부는 돈바스 긴장 고조를 이유로 20일 끝나기로 예정됐던 러시아군과의 연합 훈련이 계속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 북부에 3만여 러시아군이 철수하지 않고 계속 주둔한다는 얘기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모든 징후가 러시아의 전면 공격(full fledged attack)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 돈바스 이미 전쟁터, 외신도 공격
친러 반군은 18일 “돈바스 내 루간스크에서 정부군 공작원에 의한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송유관과 주유소 등이 폭발했다”고 주장했다. 반군은 정부군의 공격이 임박했다며 예비역 총동원령을 내리고 “여성과 어린이 등 70만 명을 대피시킬 계획이다. 러시아로 철수하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19일 루간스크에서 일어난 대규모 폭발 등에 대해 “반군 용병들이 러시아 특수부대와 협력해 도발을 감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도 “러시아 자작극의 또 다른 증거”라고 했다.

19일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이 뉴욕타임스 등 서방 취재진과 동행해 도네츠크를 방문했을 때 취재진 차량 주변에 여러 발의 박격포탄이 떨어져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유럽안보협력기구(OSCE)는 이날 하루에만 포격 등 2000여 건의 돈바스 휴전협정 위반 행위가 집계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돈바스 지역에서 난민이 밀려들 것에 대비해 로스토프 지역 국경 15곳을 개방했다며 “돈바스 주민 약 4만 명이 러시아 남부로 대피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스타니슬라프 자스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에 “필요하면 돈바스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5∼10km 떨어진 러시아 영토에는 하얀색 페인트로 ‘Z’ 마크를 표시한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 등이 속속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의 태스크포스(TF) 표시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 민간 위성사진 업체가 촬영한 사진에서는 크림반도 지역에 배치된 러시아의 지대공 미사일이 발사 가능 상태로 배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평상시 수평을 유지하는 미사일 발사대가 하늘로 세워져 있다는 것이다.

○ 英 총리 “러, 1945년 이후 최대 전쟁 계획”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9, 20일 주말에도 델라웨어주 사저가 아니라 백악관에 머물며 현 사태에 대한 실시간 보고를 받았다. 미군은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등을 우크라이나 상공에 띄워 러시아 침공 대비에 나섰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20일 BBC에 출연해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유럽에서 가장 큰 전쟁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증거가 침공 임박을 가리키고 있다”고 했다.

전쟁 위험이 고조되면서 독일과 프랑스는 19일 우크라이나에 체류하는 국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나토 역시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주재 직원을 모두 철수시켰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우크라이나#돈바스#친러반군#침공#루간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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