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기후변화 방지 연설 하루 전 산유국에 증산 요구 빈축

  • 뉴시스
  • 입력 2021년 11월 2일 1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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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 Cop26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석유와 가스, 석탄을 태우면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온실가스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하루 전 그는 세계 최대 산유국들에게 지구온도를 올리는 화석 연료를 더 많이 퍼내도록 촉구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날 Cop26 회의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발 기사 서두에 이런 에피소드를 소개하면서 그의 모순된 발언이 전세계 지도자들이 직면한 아이러니를 잘 표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주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이어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Cop26회의에서 이같은 모순적 상황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산업화 이후 세계 경제 발전을 뒷받침해온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일의 복잡성이 잘 드러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에서 “일견 아이러니처럼 보인다”고 인정하면서 “그러나 진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루밤새 재생에너지로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이 말한 뒤 에너지 전문가들과 기후활동가들로부터 집중 공격을 당했다. 그들은 재앙적인 온난화 추세를 막으려면 세계가 석유와 천연가스 생산을 늘려선 안된다고 말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최근 보고서는 대기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내로 억제하려면 각국이 시급하게 석유, 석탄, 가스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온도는 이미 1.1도 상승한 상태다.

그린피스 제니퍼 모건 사무총장은 “우리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 1.5도를 위해 싸운다고 말하면서 석유생산을 늘리라고 요청하는 건 믿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주말 전세계 휘발유가격이 갤런당 3.3달러(약 3886원) 위로 오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및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들에게 증산하도록 촉구했었다. 200여 나라가 모여 지구온난화에 대처하기로 합의했던 2015년 파리기후회의를 개최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블룸버그통신은 1일 OPEC 회원국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증산 요청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31일 끝난 G20회의에서도 고결한 수사들이 가득했지만 구체적 행동계획은 마련하지 못한 채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도 저배출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은 몇 년이 걸리는 일이기에 당장은 사람들이 차를 운행하고 집을 따뜻하게 힐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분명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누구도 올해 또는 내년에 더많은 석유와 가스를 사용하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할 수 없다. 화석연료에 대한 보조금을 중단해야 한다. 중요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그러러면 풍력이나 태양열 등 재생에너지로 더 빨리 옮겨가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에 제출한 사회보장지출예산은 화석연료에 대한 연간 200억달러(약 23조5500억원)의 보조금 지원을 포함하고 있다.

지난주 미 하원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엑슨모빌사의 대런 우즈 최고경영자(CEO)는 “석유와 가스는 예측 가능한 미래에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면서 “현재로선 적절한 에너지 대안책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5500억달러(약 647조600억원)을 투입해 태양에너지, 전기자동차 및 기타 저배출 기술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법안을 하원에 제출해 둔 상태다. 그외에도 전국에 전기자동차 충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예산안 등도 제출돼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통과되지 못하고 있으며 통과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인들의 가솔린 자동차 선호를 바꾸려면 몇 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당국자들이 단기적으로 석유 증산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근거다.

바이든 대통령 기후 특사 존 케리는 “대통령이 석유를 5년 동안 증산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난 그만두겠지만 그게 아니다. 지금 이 순간만 생산을 늘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리 특사는 가정과 기업체들이 재생에너지 사용으로 전환함으로써 각국이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도 “지구상 모든 경제활동을 당장 멈추라고 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일부 에너지 전문가들도 석유 증산을 촉구한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시점이 좋지 않지만 경제 현실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일로 보고 있다.

컬럼비아대학교 컬럼비아기후스쿨의 제이슨 보도프는 “현재의 세상과 우리가 원하는 미래의 세상 사이에 간극이 있다”면서 “현재의 가정들에게 적절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일과 미래에 전기자동차 도입을 가속화하고 석유를 넘어서기 위해 미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공격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을 동시에 추구하는 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IEA는 금세기 중반까지 이산화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35년까지 석유를 사용하는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로드맵으로 제시한 바 있다. 또 2040년까지 배기가스 차단을 하지 않은 채 석탄, 석유, 가스로 발전하는 것을 중단하고, 2050년까지 전반적으로 재생에너지에 기반하는 에너지부문을 전세계가 확립해야 한다고 했다.

IEA는 또 현재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아직 세계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지구를 지키기 위한 전세계 에너지 시스템으로의 빠른 전환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달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가 침체됐는데도 온실가스 배출이 2020년 최고수준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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