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 ‘철강 관세 분쟁’ 3년만에 일단락… 한국산 대미수출 ‘불똥’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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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때린 철강-알루미늄 관세… 바이든 행정부 “일정량 무관세”
EU도 “무역분쟁 중단”… 갈등 해소, 양측, 중국산 유럽 경유도 막기로
국내 철강업계 “가격 경쟁력 등 타격… 정부, 美와 쿼터제 해지 논의 나서야”

미국과 유럽연합(EU)이 3년 넘게 이어졌던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분쟁을 일단락하기로 했다. EU의 대미(對美) 수출이 용이해지면서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악관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시절 시작된 EU와의 관세 갈등을 해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들은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의 일정량이 관세 없이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무역담당 집행위원 역시 트윗을 통해 “우리는 무역 분쟁을 멈추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6월 국가안보상 위험을 이유로 유럽을 비롯한 거의 모든 외국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각각 부과했다. 특정 품목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되면 해당 품목의 수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했다. 그러자 EU는 미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등 거세게 반발했다. 버번 위스키, 피넛 버터, 오렌지주스 등 78억 달러에 해당하는 미국 수출품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이후 3년간 대립했던 양측이 이날 발표를 통해 분쟁 종식에 합의한 셈이다.

미국과 EU는 이번 합의에서 중국산 철강이 유럽을 경유해 미국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너무 오랫동안 값싼 철강을 유럽과 다른 시장을 통해 미국으로 들여보냈다. 이는 가격을 떨어뜨렸고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 산업이 경쟁하는 것을 본질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양측은 무역 합의와 동시에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번 합의가 한국의 대미 수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 면제를 받는 대신, 철강과 알루미늄 수출을 2015∼2017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미국 내 철강 수요가 늘어도 일정량 이상으로 제품 수출을 하지 못하는 제한을 받는 것이다.

쿼터제가 그대로 유지되는 한 국내 철강업계는 대미 수출이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미국의 5대 철강 수입국 중 하나다. EU산 철강 가격은 관세 합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EU산 철강의 경쟁력이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셈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가 구체적으로 어떤 합의를 했는지 면밀히 살핀 뒤 대응 방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면서도 “경쟁 국가의 관세 규제가 풀리는 것은 한국 철강사들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한국 정부 또한 미국과 쿼터 제한 해지 등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미국#유럽#철강 관세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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