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아프간 내 테러 가능성, 실존하는 위험”…러시아 산 무기 입수 우려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6일 16시 08분


코멘트
서방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아프가니스탄 내 테러 가능성이 ‘이론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위험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러시아 산 무기들이 탈레반에 탈취되면서 이들 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흘러들어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카불 공항에 대한 테러 위험이 매일 증가하고 있다”며 “일대가 직면하고 있는 테러 가능성은 이론적(theoretical)인 것이 아니라 실존하는 위험(real danger)”이라고 강조했다.

아프간 수도 카불 공항을 노린 테러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강조한 셈이다. 이 때문에 현재 나토가 가진 난제는 군용기를 통한 철수작전보다는 피난민들이 카불 공항으로 안전하게 오게 하는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현재 카불 공항은 미군 약 5800명, 영국군 약1000명이 중심이 돼 방어 중이다.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탈레반이 카불 나머지와 아프간 전역을 통제하고 있다”며 “대피 기한인 8월 31일을 넘겼는데도 아프간에 머물 경우 탈레반에게 암북적인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테러 공격의 위험성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나토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한 분파인 Isis-K의 공격 위협이 매우 높을 것으로 예측 중이다. 이 단체는 그간 폭탄이나 차량을 통한 자살 테러를 자행해왔다.

그는 “테러 위협에도 나토 차원에서 최대한 많은 아프간 인들을 피난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이달 31일 이후에도 민간 항공기를 통해 대피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탈레반에게 육상을 지나 국경지대를 통과하는 피난 경로를 개방하라고 압박할 방침이다.

영국 외무부도 이날 “테러의 위험이 지속적이고 높아지고 있다”며 영국민은 카불 공항 주변을 포함에 아프간 전역에서 이동을 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영국군은 카불 공항 난민 센터 주변에 장벽을 세우는 등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영국민을 비롯해 영국과 관련된 아프간인 등 1만291명을 현재까지 대피시켰다. 추가로 통역사, 운전사 등 영국 내 이주 자격이 있는 약 2000명의 아프간 인들을 피신시킬 계획이다. 다만 피난 기간 종료와 카불 공항 일대 테러 위험성이 커지면서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모두가 빠져나갈 수 없다“며 ”영국으로 도피하려는 일부 아프간인들이 육지로 국경으로 이동해 이란, 파키스탄 등을 통해 제3국으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테러리스트들에게 탈레반이 탈취한 무기들이 흘러들어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 방산 제품 수출입 중개회사 로스오보론엑스포르트 알렉산드르 미헤예프 대표는 25일(현지시간) 옛 소련 시절에 생산된 러시아제 다목적 헬기 Mi-17 100대 이상이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해당 헬기는 옛 소련제 다목적 헬기 Mi-8의 개량형으로, 1979~1988년 당시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투입됐던 기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도 하루 전인 24일 취재진에 ”가장 큰 위협은 탈레반이 엄청난 양의 무기를 갖고 있다는 점“이라며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만 100기 이상, 장갑차 수백 대 헬리콥터, 전투기도 탈취해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탈레반은 미군이 철수하는 과정에서 남긴 M16·M4 카빈 등 총기류를 비롯해 군용 차량, UH-60 블랙호크 헬기 등도 확보했다. 탈레반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신식 무기로 무장한 탈레반 부대원의 모습을 선전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다만 해당 무기들의 수리, 유지, 부품 공급이 필요해 실제 작동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실전 투입은 확인되지 않은 상태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해당 무기들을 분해해 팔거나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이 입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탈레반이 탈취한 무기를 북한 등 적국에 판매할 가능성을 있다는 공개서한을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에게 보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