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더 머물수록 테러위험 커져” 아프간 철군시한 고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5일 07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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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AP 뉴시스
사진 AP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서의 미군 철군 시한(8월 31일)을 당초 계획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 많은 사람들의 탈출을 위해 시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주요7개국(G7) 정상들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이를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G7 화상 정상회의 참석 후 백악관에서 가진 연설에서 “미국은 8월 31일까지 철수를 완료하기 위한 예정 속도대로 가고 있다”며 철군 시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점을 확실히 했다. 이달 14일 이후 현재까지 7만700명의 사람들을 아프간에서 빼냈고, 지난 12시간 동안에만 19대의 군 수송기를 동원해 6400명, 연합군의 비행기로는 5600명 등 모두 1만2000명을 탈출시켰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어 “점점 커지고 있는 위험에 대해 유념하고 있다”며 “나는 실제하고 심각한 위험과 우리가 감안해야 하는 도전들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더 오래 머물수록 이슬람국가(ISIS)와 ISIS-K로 알려진 테러리스트 그룹들의 공격 위험이 점점 커진다”며 “이들이 공항을 타깃으로 삼고 미국인과 동맹 병력은 물론 무고한 시민들을 공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카불 공항 근처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는 사실도 상기시켰다.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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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만 “8월 31일까지의 시한을 지키는 것은 탈레반의 지속적인 협력에 달렸다”며 탈레반이 카불 공항으로의 진입을 허용하고, 미국의 탈출 작전에 훼방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미 국무부와 국방부에는 필요시 현재의 일정 조정을 위한 비상계획(contingency plan)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도 공개했다.

이런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 배경에는 미 정보당국이 탈레반과 시도했던 시한 연장 논의에 성과가 없었던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23일 아프간 수도 카불로 급파돼 탈레반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와 전격 회담했지만 이 문제와 시한 연장 문제에서 진전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은 철군 시한 연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와 함께 “미국이 아프간의 숙련된 기술자와 전문가들을 데려가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행동을 중단해 줄 것을 (서방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시한 연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선택은 기존 시한의 유지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로 인해 제기될 불만과 비판을 감안한 듯 “G7과 유럽연합(EU),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지도자들은 최대한 신속하고 안전하게 사람들을 빼내는 일에 모두 단합해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결정은 워싱턴 정가는 물론 국제사회의 비판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미 하원의원들은 이날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에게서 아프간 대피작전과 관련한 기밀 브리핑을 받은 뒤 “철수 시한까지 미국인 및 현지 조력자들의 대피가 완료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한을 고집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현재 아프간 내에 남아있는 정확한 미국 국적자의 수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부에 신고하지 않고 아프간에 들어간 사람들의 수는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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