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국영매체 등 웹사이트 수십 곳 압류…“허위정보 유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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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 웹사이트 갈무리. 2021.06.23 © 뉴스1
예멘 후티 반군이 운영하는 알-마시라 TV 웹사이트 갈무리. 2021.06.23 © 뉴스1
미국이 자국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를 문제삼아 이란의 국영 TV매체 웹사이트를 포함한 36곳의 도메인을 압류하고 접속을 차단했다. 이란 대통령 선거에서 ‘초강경 보수파’ 성직자인 에브라힘 라이시가 당선되고 이란과 서방국가들 간의 핵합의 복원 협상이 중단된 직후 나온 조치다.

미 법무부는 22일 성명에서 “미국의 제재를 위반한 이란이슬람라디오(IIR)와 텔레비전 유니언(IRTVU)이 소유한 33개 웹사이트와 카타이브헤즈볼라(KH)가 운영하는 3개 웹사이트를 법원의 명령에 따라 압류했다(seize)”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란 정부의 일부인 이들 기관은 언론사나 뉴스 기관으로 위장해 미국을 겨냥한 허위정보 (유포) 캠페인을 벌였다”고 압류 이유를 설명했다.

IRTVU는 이란혁명수비대가 소유 혹은 통제해왔다는 이유로 지난해 10월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기관이다. KH는 2009년부터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고 미 국무부의 해외테러단체 리스트에도 포함돼 있다.

이 조치로 접속이 봉쇄된 웹사이트에는 이란 국영TV의 영어서비스 부문인 프레스TV와 아랍어 채널인 알알람 등도 포함됐다. 프레스TV는 이슬람 지도자들이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전달하면서 미국 영국 등의 외교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해왔다. 이들 매체의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화면에 영어로 “이 웹사이트의 도메인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연방수사국(FBI) 등의 법 집행 일부로서 압류 영장에 따라 미 정부에 압류됐다”는 문구와 함께 FBI와 BIS의 로고가 뜬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IRTVU가 사용해온 33개 도메인은 미국 기업 소유이고 이들 도메인은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의 허가를 받지 않은 채 무단으로 이용돼 왔다.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IRTVU 등의 기관은 OFAC의 허가 없이는 미국에서 웹사이트와 도메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미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이란혁명수비대가 미국 유럽 중동 동남아 독자를 대상으로 정치적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이용하는 사이트 92개를 압수한 바 있다.

이번 조치는 반미(反美)를 외쳐온 라이시가 이란 대통령에 당선된 지 3일 만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국의 대이란 압박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이란 핵합의 복원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라이시는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AP통신은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 언론에 커다란 타격을 입힐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통신은 트위터를 통해 “언론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파르스통신은 지난해 1월 미국 정부 제대 대상으로 등록되면서 ‘닷컴(.com)’ 도메인이 압류된 바 있다. 이후 이란 국가 도메인(.ir)로 전환해 뉴스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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