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이어 믿었던 얀센(J&J) 백신 마저’…전세계 백신 수급 ‘비상’

  • 뉴스1
  • 입력 2021년 4월 14일 1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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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12/뉴스1 © News1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질병관리청장)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 비대면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4.12/뉴스1 © News1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의 대안으로 떠오르던 존슨앤드존슨(J&J) 자회사 얀센의 백신마저 혈전 논란에 휩싸였다.

가뜩이나 백신 공급 부족으로 접종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우리나라도 빠르면 이번 분기 중으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하려 한 만큼 계획에 차질이 우려된다.

◇美 여성 6명 혈전 발생…FDA·CDC, 사용 중지 권고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3일(현지시간) 얀센 백신의 사용을 일시 중지하라고 권고했다.

백신을 맞은 18~48세 미국인 여성 6명에게서 희귀 뇌정맥 혈전증이 발병했기 때문이다. 이들 중 한 명은 사망하고, 다른 한 명도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얀센 백신은 2월 말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지난달 초부터 미국내 접종이 시작됐는데, 미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국에서 680만 회분의 얀센 백신이 접종된 것으로 추산된다.

혈관 속에서 피가 굳어 덩어리가 지는 혈전증은 피로, 두통, 근육통, 오한, 발열 등 일반적인 백신 접종 후유증과는 차원이 다른 부작용이다. 응고된 핏덩어리가 혈류를 타고 이동하다 뇌, 심장, 폐 등 중요한 기관으로 가는 혈류를 끊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백신을 맞고 혈전이 발생한 환자들은 접종 후 1~3주, 평균 약 9일 내 발병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FDA와 CDC의 권고는 의무는 아니고, 접종 여부는 어디까지나 당국의 결정에 달렸 있다. 피터 마크 FDA 생물진화연구과장은 “의료진과 환자의 상담 결과 접종으로 인한 이익이 크다면 중단하지 않아도 된다”면서도 “적절한 예시는 들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제프 지엔트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J&J(얀센) 접종을 예정한 사람들이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을 수 있도록 일정 조정에 주정부와 연방정부가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국이 확보한 백신 중 J&J의 비중은 5%에 불과해 이번 조치가 국가 접종 계획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약 100개국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유통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혈전 논란에 휩싸인 뒤 얀센을 대안으로 여겨온 유럽연합(EU)은 물론, 국제백신협력프로그램 코백스(COVAX) 퍼실리티 공급을 기다리는 다른 나라의 사정은 미국과는 달라 보인다.

◇AZ 대안이었는데…각국 접종계획 수정 불가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난 2월 17일 세계 최초로 얀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당시엔 코로나19 백신의 혈전 발생 논란 확산 전으로, 남아공은 당초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접종 계획을 세웠지만 현지 변이주에 효과가 미미하다는 판단에 따라 얀센으로 빠르게 선회한 것이다. 그러나 13일 남아공은 혈전 발생과의 인과관계가 충분히 검토될 때까지 얀센 접종을 중단하기로 했다.

얀센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무해한 아데노바이러스에 항원 유전자를 주입해 체내 면역반응을 생성하는 ‘바이러스 벡터’ 기반 백신이다. 초저온 냉동을 필요로 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방식의 화이자, 모더나와 달리, 일반 냉장 온도 유통이 가능해 적절한 운반·저장 시설을 갖추지 못한 개발도상국에 특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더구나 얀센 백신은 1회만 접종해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집단면역 형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됐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혈전 논란이 불거진 뒤로는 ‘대안’으로 떠올라 각국이 도입에 속도를 내던 참이었다.

유럽의약품청(EMA)은 당장 조사에 들어갔고, J&J 측도 14일 시작할 예정이던 유럽 내 백신 출시를 중단했다. J&J 측은 성명을 통해 “현재 희귀 혈전 발병 사건과 얀센 백신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는 정립되지 않았지만, 전문가 및 규제 당국과 데이터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U는 당장 이번 분기 중 얀센 백신 5500만 회분을 들여올 계획이었다. 경제 컨설팅사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데이비드 옥슬리 선임 유럽경제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J&J 백신 출시가 몇 주 늦어진다면 (유럽에) 상당한 타격”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 보건당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을 모두 사용할 수 없을 경우 국가 접종 계획이 8~12주까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캐나다는 일단 얀센 백신을 들여오기로 한 계획은 그대로 추진하되, 미국과 유럽의 상황 전개를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아프리카연합(AU)도 올해 3분기부터 내년까지 얀센 백신 총 4억 회분을 공급받을 예정이었다.

우리 정부도 얀센 백신 도입을 추진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7일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에 이어 3번째로 얀센 백신을 승인한 바 있다. 이번 분기 중으로 우선 600만 회분을 도입하기로 계약돼 있었다.

다만 혈전 발생은 극히 드문 사례이고, 접종 여부는 각국의 코로나19 확산 및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유불리를 저울질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보건당국은 연일 600명대를 넘나드는 ‘4차 유행’ 속 일단 지난 12일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접종을 재개한 상황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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