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유명 작가, 고먼 시집 번역 맡았다 거절…논란일자 포기한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일 16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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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인 인터내셔널 부커상(구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역대 최연소로 수상한 네덜란드 유명 작가 마리커 루카스 라이너벨트(30)가 미국 시인 어맨다 고먼(23)의 시 번역을 맡았다가, “흑인 작가가 번역을 맡지 않았다”며 반발이 일어 번역을 포기했다고 2일(현지 시간) CNN이 보도했다. 고먼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축시를 낭독해 큰 화제를 모았던 흑인 여성 시인이다.

백인인 라이너벨트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지난달 23일 출판사 멀른호프로부터 고먼의 시집 ‘우리가 오를 언덕’ 번역 제안을 받았으나, 3일 뒤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번역을 맡게 된다는 소식 이후 일어난 논란에 놀랐고, 출판사의 결정에 상처 입은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다.

번역에 관한 논란은 네덜란드 기자의 언론 기고를 통해 시작됐다. 재니스 들은 지난달 25일 출판사의 선택을 비판하는 칼럼을 네덜란드 일간지 볼크스크란트에 기고했다. 이 글에서 들은 “라이너벨트의 역량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출판사는 어째서 고먼같은 젊은 여성, 특히 ‘흑인’을 선택하지 않았나”라며 “이 결정은 최소한 흑인 여성 작가에게 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라이너벨트는 “고먼의 시를 번역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어맨다의 팀은 여전히 출판사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으며, 나를 선택해준 고먼에게도 감사하다”며 “그녀의 힘과 톤, 스타일을 전달하게 된 것을 기쁜 일이라 생각했지만, 이런 지위조차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없는 것임을 알았다. 여전히 고먼의 아이디어가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는 이런 논란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이용자는 “인종차별에 대해 민감하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적어도 이 사안은 차별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고먼이 직접 고른 번역가인데 무엇이 문제가 되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당초 고먼은 라이너벨트가 번역가로 정해졌다는 출판사의 소식을 리트윗했다. 라이너벨트가 포기한다는 소식에 출판사는 “전적으로 번역가의 결정”이라는 입장을 내놨지만, 고먼 측은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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