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주치의였던 美 의원, 성희롱 발언 일삼았다는 보고서 공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3일 14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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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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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소속인 로니 잭슨 하원 의원이 과거 대통령 주치의 시절 해외 순방 중 성(性)희롱 발언과 음주, 폭언을 일삼았다는 미 국방부 보고서가 3일(현지 시간) 공개됐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담담했던 백악관 주치의였다. 민주당 소속인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성추문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미 정계가 다시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는 모양새다.

이날 미 CNN은 잭슨 의원에 대한 국방부 조사보고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잭슨 의원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치의 시절인 2014년 4월 22일부터 29일까지 필리핀 마닐라로 떠난 대통령 해외 순방에 동행했다. 당시 그를 목격한 이들은 “그가 만취했고 (동행한) 백악관 여성 의료진들에 대해 부적절한 언급을 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잭슨 의원은 마닐라에 도착한 직후부터 호텔 로비에서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리곤 취한 상태에서 술병을 든 채 차를 몰고 마닐라 시내에 다녀왔다. 음주운전을 한 것. 그는 호텔에 돌아온 뒤 여성 의료진의 호텔방 문을 손으로 두들겼다. 방에 있던 여성이 문을 열고 나오자 잭슨 의원은 “네가 필요해. 네가 내 방으로 오면 좋겠어”라고 말했다.

당시 순방에 동행한 한 남성은 마닐라에 도착하기 전 잭슨 의원이 자신에게 한 여성 의료진의 신체에 대해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따르면 잭슨 의원은 “대단한 가슴이지”, “얼마나 멋진 엉덩이인가”라고 말했다. 또 “(그 여성 의료진의) 몸에 새겨진 문신을 보고 싶어”라는 말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뒤인 2016년 아르헨티나 바릴로체에서도 잭슨 의원의 비위가 목격됐다. 당시에도 그는 순방 중인 오바마 대통령의 주치의였다. 그는 ‘대통령이 현지에 도착하기 전 24시간 전부터 다시 출국한 뒤 2시간 사이에는 금주해야 한다’는 주치의 규정을 위반하고 만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CNN에 따르면 60명의 목격자가 국방부에 잭슨 의원에 대해 증언했는데, 그에게 호의적인 평가를 내린 사람은 13명뿐이었다. 나머지 대부분은 잭슨 의원의 행동이 전문가답지 못했고, 위협적이었으며, 동료들을 험하게 취급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잭슨 의원은 2일(현지 시간) CNN에 “민주당이 국방부 보고서를 이용해 나의 청렴함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들을 모시면서 내가 만든 근무 환경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라크전에 참전한 해군 소장 출신인 잭슨 의원은 오바마 행정부,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했다. 2018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보훈장관 후보자에 지명됐으나 과거 해군과 백악관에서 근무할 때 동료들에게 약물을 과다 처방하고 과도한 음주를 했다는 논란이 일어 사퇴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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