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막판 ‘몽니’ 작렬…국방수권법 거부 이어 측근 줄줄이 사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4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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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몽니’가 절정에 치닫고 있다. 의회가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시킨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모자라 유죄 판결을 받은 사돈과 측근에게 사면을 남발해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자신이 아직 대통령이라는 점을 대외에 각인하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부각하려는 의도란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주한미군 감축에 제한을 두는 내용 등이 포함된 국방수권법(NDAA)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의회에 보낸 성명에서 “한국, 독일,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미군 철수를 제한한 이 법은 나쁜 정책일 뿐 아니라 위헌”이라며 “얼마나 많은 군대를 배치하고 어디에 배치할지에 관한 결정은 대통령에게 달려 있다”고 주장했다. 이 법은 주한미군 병력을 현재의 2만8500명 이하로 줄이기 어렵도록 하고 있다. 또 그는 이 법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선물이라며 “현 행정부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달 초 하원은 이 법을 전체 435석 중 찬성 335 대 반대 78, 상원은 100석 중 84 대 13으로 통과시켰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도 상하원이 다시 투표를 실시해 각각 재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으면 법안의 효력이 발생한다. 미 언론은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각각 재의결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거부권을 행사한 후에는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성탄절 휴가를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21일 통과시킨 9000억 달러의 경기부양안 및 내년도 연방정부 예산안에도 거부권 행사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는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지 않은 채 부양안의 핵심 내용인 국민 1인당 재난지원금 600달러 지급을 무조건 “2000달러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가 끝내 이 법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예산이 고갈돼 다음주 초부터 정부업무 일시정지(셧다운)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배포 및 접종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에도 예산안 거부권을 행사해 35일간 연방정부가 문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해 자신의 당선을 배후에서 도왔다는 ‘러시아 스캔들’ 의혹 등에 연루된 측근들을 줄줄이 사면했다. 그는 23일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부친 찰스(66), 비선참모 로저 스톤(68),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 선대본부장을 지낸 폴 매너포트(71) 등 26명, 22일에는 조지 파파도풀로스 전 대선캠프 외교정책 고문(33) 등 15명을 사면했다. 특히 매너포트는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검팀이 가장 먼저 기소한 인물이어서 스캔들 흔적 지우기용 사면이란 평가가 나온다.

‘사돈 사면’ 역시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고 있다. 뉴저지주 부동산 중개업자인 찰스는 탈세, 불법 선거자금 모금, 위증 등으로 2004년 유죄 판결을 받고 2년 복역했다. 당시 주 법무장관 자격으로 찰스를 기소한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내가 기소한 범죄 중 가장 역겹다”고 할 정도로 죄질이 좋지 않다는 평을 받았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은 대통령이 집권 내내 찰스의 사면을 검토해왔으며 측근과 충성파를 위해 사면을 남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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