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외교분야 거물’ 수전 라이스에 국내정책 사령탑 맡긴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1일 14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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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외교·안보 분야의 거물인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좌관에게 국내 정책을 다루는 사령탑 역할을 맡겼다.

바이든 당선인은 라이스 전 보좌관을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DPC) 국장으로 임명한다고 10일(현지 시간) 밝혔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DPC는 백악관 내에서 정부 부처들이 참여하는 각종 회의를 소집하고 태스크포스를 꾸려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는 곳이다.

이번 인사는 그녀가 쌓아온 경력을 감안하면 매우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유엔 주재 대사와 국가안보보좌관을 잇달아 역임하면서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을 도맡아하다시피 했다. 또 북한이나 중동 등 미국이 관여하는 분쟁·위험 지역에 대처하면서 자신의 이름값을 높였고, 그 결과 바이든 당선인의 부통령 러닝메이트, 차기 국무장관 등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기도 했다.

그러나 라이스 전 보좌관이 새로 맡게 될 일은 지금까지 수행한 직무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 언론들은 라이스 전 보좌관이 미국의 국내 정책을 총괄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인종 갈등 대처, 노동·환경을 비롯한 사회 정책들을 모두 관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대선 슬로건이었던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구체화해 제조업 살리기와 인프라 확충 등 산업 정책을 맡을 가능성도 크다. 바이든 행정부가 취임 초기에는 대외 정책보다 팬데믹 대응과 경제 회복 등 국내 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라이스 전 보좌관에게 오히려 중책을 맡겼다는 풀이가 가능해진다.

바이든 당선인이 라이스 전 보좌관에게 장관직을 맡기지 않은 것에는 그녀가 의회의 인준 과정을 거치기 힘들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유엔 주재 대사였던 2012년 리비아 벵가지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과 관련해 “테러가 아닌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취지로 말했다가 의회에서 엄청난 역풍을 받은 바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신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라이스 전 보좌관을 어떻게든 활용하고 싶었고, 그 결과는 의회 인준이 필요 없고 오히려 더 지근거리에서 자신을 보좌할 수 있는 백악관 자리가 됐을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분석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당선인은 농무·주택·보훈 장관과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지명하는 인사도 함께 단행했다. 대체로 오바마 행정부 시절부터 바이든 당선인과 가깝게 일해 온 인물들이 중용됐다.

보훈 장관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냈던 데니스 맥도너가 지명됐다. 농무 장관에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8년 간 농무장관을 지냈던 톰 빌색이 다시 기용됐다. 주택·도시개발장관에는 흑인 여성인 마르시아 퍼지 민주당 하원의원이 발탁됐다.

미국의 무역정책을 담당하는 USTR 대표에는 대만계 미국인인 캐서린 타이 하원 조세무역위원회 수석 무역고문이 낙점됐다. 타이 지명자가 의회 인준을 거치면 USTR 대표 자리에 오른 사상 첫 아시아계 여성이 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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