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초반 ‘아베노믹스’ 기세… 우익 정책 밀어붙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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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직 사의]
아베, 궤양성대장염에 초라한 퇴장
코로나 대응 실패 등 지지율 급락

13년 전 악몽이 재연됐다. 아베 신조 총리는 2007년 9월 1차 집권에서 물러났을 때와 동일하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으로 인해 이번에도 총리직에서 내려왔다. 통산 재직일수와 연속 재직일수 모두 사상 최장 총리라는 대기록을 세웠지만 퇴장은 불명예스러웠다.

2012년 12월 두 번째 총리 임기를 시작한 아베 총리는 시중에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아베노믹스’를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했다. 주가가 오르고, 실업률이 떨어졌다.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 6차례에서 집권 자민당을 모두 승리로 이끌면서 ‘아베 1강’은 거침없어 보였다. 총리 보좌 기관인 총리관저가 인사권을 틀어쥐고 관료들에 대한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했다. 자민당 내에서도 아베 총리에게 이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분위기가 수년간 이어졌다. 아베 정권은 특정비밀보호법 제정, 집단자위권 법제화 등 여론이 반대하는 정책도 의석수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여 왔다.

하지만 지난해 가을 공적인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아베 총리가 지역구 관리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었다.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실패, 검찰총장 후보자의 ‘내기 마작’ 낙마 등이 겹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병이 악화됐다. 궤양성 대장염은 원인 불명의 만성 질환으로 후생노동성이 지정한 난치병이다. 아베 총리가 1차 집권 후 월간지 분게이슌주(2008년 2월호)에 기고한 수기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때 처음 증상을 느꼈고, 그 후 1년에 한 번꼴로 고생했다고 한다. 그는 “30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매번 혈변을 본다. 화장실 문제로 밤에 숙면을 취할 수 없다”고 적었다.

6월부터 아베 총리의 건강 이상설이 나왔지만 아베 총리와 측근들은 쉬쉬했다. 28일 오전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가 계속 재직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전격 사임을 선택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 김예윤 기자
#아베 신조#총리직 사의#아베노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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