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드골 동상까지 ‘노예제 지지자’ 낙서 훼손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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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인물 재평가 광풍… 드골, 노예 없었는데도 ‘수난’

미국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1732∼1799), 프랑스 제5공화국을 창시해 현대 프랑스의 국부(國父)로 평가받는 샤를 드골(1890∼1970) 전 대통령의 동상이 훼손됐다. 세계 각국에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거세지면서 역사적 인물의 공과 논란도 뜨겁다. CBS방송 등에 따르면 14일 미 시카고 한 공원에 있는 워싱턴 동상(사진)에 ‘노예 소유주(slave owner)’ ‘백악관을 불태워라’ 등의 문구가 등장했다. 동상 근처에서 백인 우월주의 단체 ‘큐클럭스클랜(KKK)’을 상징하는 흰색 모자와 옷도 발견됐다. 워싱턴이 대통령이 되기 전 흑인 노예를 보유한 농장주였음을 비판한 것이다. 시민운동가 윌리엄 캘러웨이 씨는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AFP통신에 따르면 15일 프랑스 북부 오몽에 있는 드골 전 대통령의 흉상에는 주황색 페인트가 뿌려지고 ‘노예제 지지자(esclavagiste)’란 낙서가 등장했다. 12일 수도 파리 근교 센생드니에 있는 드골 동상의 얼굴에도 노란색 페인트가 칠해졌다. 프랑스의 노예 제도는 드골이 태어나기 훨씬 전인 1848년 폐지됐다. 다만 그는 알제리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15일 호주 시드니에서는 호주를 발견한 영국 탐험가 제임스 쿡의 동상 2개가 페인트로 뒤덮였다.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는 아메리카대륙을 발견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동상을 시내에서 모두 없애기로 결정했다. 인종차별 반대 시위대는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의 발판을 마련했다며 동상을 훼손하고 있다. 13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는 저명한 역사 저술가 인드로 몬타넬리의 동상이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됐다. 1930년대 무솔리니 정권의 에티오피아 침공 당시 군인으로 참여해 ‘파시스트 앞잡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과거 인물을 현대 잣대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반론도 거세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일각에서 드골 동상의 철거를 주장하자 “역사의 흔적을 지우지 않겠다”며 반대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 역시 페이스북에 “우리의 삶은 오점이 없는가. 인간의 삶은 여러 맥락에서 판단해야 한다”며 몬타넬리 동상을 철거하지 않겠다고 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샤를 드골#낙서 훼손#인종차별#반대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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