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무제한 양적완화’도 안 통한 美증시…중앙은행 ‘외끌이’만으론 한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4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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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23일(현지시간)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무제한 매입하는 ‘무제한 양적완화’ 등의 파격 조치를 내놨지만 뉴욕 증시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에서 중앙은행만의 ‘외끌이 경기부양’의 한계를 다시 드러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04%,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93% 하락했다. 연준은 지난 주 발표한 7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매입 계획(양적완화)의 한도가 없다는 ‘무제한 양적완화’ 방침과 회사채 매입 기구 설립 등 2008년 금융위기 때도 내놓지 않던 비상 조치를 쏟아냈다. 하지만 전날 상원에서 제동이 걸린 경기 부양책 지연에 대한 금융시장의 불안감을 씻어내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다만, 연준의 개입으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때 나타나던 달러 강세와 ‘현금 러시’가 다소 완화됐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하락하고 금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 주 투자자들이 국채와 금까지 투매해 현금 확보에 나섰던 것과 비교하면 금융시장이 정상 기능을 되찾고 있다는 신호로 풀이된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사라지는 것을 차단하고 혼란이 진정됐을 때 신속한 회복을 촉진하려면 공공과 민간 분야에 걸쳐 공격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며 강력한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드러냈다.

은행에만 대출을 해주던 연준은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단기 기업자금 시장에 이어 지방채와 회사채 등 장기물 채권 등으로 지원 대상을 전방위 확대하며 ‘소방수’로 나섰다. 이달 3일 기준금리를 ‘제로금리’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양적완화 계획을 밝히며 금융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주에는 단기 기업자금 시장의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기업어음매입기구(CPFF)’를 가동했다. 현금처럼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머니마켓펀드(MMF)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한 비상조치도 내놨다.

또 아파트 대출 등으로 구성된 ‘상업용부동산 저당증권(CMBS)’을 매입하고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신용카드 대출 등을 담보로 한 채권 투자자들을 지원하는 ‘자산담보부증권 대출 기구(TALF)’도 가동하기로 했다. 투자등급 기업에 돈을 빌려주거나 우량 회사채를 매입하는 대출기구 2개도 신설하고 ‘실물시장대출프로그램(MSBLP)’도 가동해 중소기업 대출도 지원할 계획이다. 스콧 미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연준은 권한 내에서 거의 모든 것을 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코로나19로 직장을 잃은 미국인들에게 현금을 지급하고 피해를 입은 기업들을 구제하기 위한 경기 부양책이 얼마나 빨리 의회를 통과해 통화정책과 보조를 맞출 수 있느냐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만든 법안에는 재무부가 4250억 달러를 확보해 연준을 지원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의회가 이를 통과시킨다면 연준이 공격적으로 위험자산 매입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이날 오후 전날에 이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경기부양 법안 처리를 위한 표결을 위한 절차 투표에 다시 들어갔지만 찬성 49표, 반대 46표로 이틀 연속 제동이 걸렸다. 절차 투표를 통과하려면 상원의원 6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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