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리원량 사건’ 조사보고서 발표…은폐의혹 언급없고 현지경찰 책임만

  • 뉴시스
  • 입력 2020년 3월 20일 10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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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출소 훈계서 쓰게 한 조치는 부적절… 법 집행 절차 비정상적"
우한시 공안국 "담당 경관들 징계"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우한 리원량(李文亮) 의사와 연관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국의 은폐의혹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 단지 현지 공안국 책임 수준으로 무마해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평가된다.

19일 신화통신 등 관영 언론은 지난 2월7일 구성된 ‘국가감찰위원회 리원량 사안 조사팀’은 이날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우한시중심병원 안과에 근무했던 리원량은 신종 코로나 감염 확산 가능성을 우려해 작년 12월30일 동료 의사 7명과 함께 SNS를 통해 이 같은 위험 상황을 알리고 널리 전파하도록 애를 썼다.

리원량은 수일 후 중국 당국으로부터 “허위 정보를 퍼트려 민심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며 계속 관련 사실을 유포할 경우 체포당할 수 있다는 통고를 받는 등 압박을 받았다.

리원량 등 8명의 의사는 공안국(파출소)에 소환돼 잘못을 인정하는 훈계서(자술서)까지 썼다.

리원량은 이후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지난 2월7일 34살의 나이로 오전 세상을 떠났다.

조사팀은 보고서에서 “우한 중난루(中南路) 파출소가 리원량에게 훈계서를 쓰게 한 것은 부적절했고, 법 집행 절차도 비정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이에 따라 우한시 감찰 기관이 (리원량에 대한 공안 당국의) 처벌을 시정하고, 훈계서를 철회하며 관련 책임자의 책임을 추궁할 것을 건의한다”면서 “처리 결과는 제때에 공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팀은 또 병원이 리원량 치료에 최선을 다했고 위로금 지급, 유가족 예우 등 사후 처리를 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우한시는 리원량의 사망을 산업재해로 인정했고, 유가족에게 각종 기부금을 전달했으며, 지난 3월4일 국가위생건강위원회가 발표한 방역 모범 리스트에 리원량이 포함돼 있다”고 부각했다.

우한시 공안국은 19일 공식 웨이보를 통해 “리원량 사건을 담당한 파출소 경관 2명을 징계했다”고 밝혔다. 중난루 파출소 부소장과 경관 한명이 처벌을 받았다.

조사팀의 익명의 관계자는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원량이 SNS에 관련 정보를 SNS에 올린 것은 공공질서를 어지럽힐 주관적인 의도는 없었다”면서 “그러나 관련 부처와 전문가들이 명확한 진단 근거를 내놓지 않았고, 전염병 상황이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리원량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그가 알린 정보는 당시 상황에 완전히 부합한 것도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당국이 발병 정보를 은폐한 배후나 ‘몸통’에 대한 조사없이 일부 경관들만 처벌하는 수준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은 우한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당시 “전염병은 통제가능한 수준이며, 사람 간 전파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등 식으로 은폐·축소하는 바람에 전염병을 통제불가능한 상황으로 악화시켰다. 1월 23일 우한 봉쇄령이 내려지고, 중국 전역에 생산 중단, 이동 제한 등 조치가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는 팬데믹(pandemic)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일부 관영 언론은 “일부 적대세력은 리원량 의사를 ‘반체제 영웅’으로 띄웠지만 이는 사살이 아니다”면서 “리원량은 공산당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흔들고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려는 이들 세력의 시도는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한 영국 연구팀은 당국의 대응이 몆주만 일찍 시행됐어도 피해는 크게 줄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의 앤드류 타템 교수 연구팀은 중국이 관련 방역조치를 일주일만 일찍 실행했다면 감염자 수가 지금보다 66% 줄었고, 2주일만 일찍 실행했으면 감염자수가 86% 감소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치가 3주 일찍 이뤄졌다면 코로나19 확산을 95% 억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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