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스타인 “난 매카시즘에 희생된 공산주의자”

  • 뉴스1
  • 입력 2020년 3월 12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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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시킨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67)이 11일 23년 징역형을 선고받기 전 변론에서 자신을 1950년대 핍박받았던 공산주의자에 비유했다. 자신이 ‘매카시즘’(반공주의 선풍)같은 미투 운동의 광풍에 희생된 억울한 피해자임을 시사한 것이다.

CNN에 따르면 이날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뉴욕 1심 법원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와인스타인은 20분 동안 스스로를 변호했다. 그는 재판에서 한번도 자신의 입으로 심경을 말한 적이 없었다. 법정에서 한 진술이 다른 미투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까 우려한 변호사의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그는 이날 첫 변론의 기회를 통해 양심의 가책을 표명하면서도 여성들과 친밀했던 관계였음을 주장하고 자신의 기부 행위를 자랑하며 횡설수설했다. 또 미투 운동에 연루된 남성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는 등 진심 어린 반성의 태도는 보이지 않았다.

와인스타인은 “미투 운동은 나로부터 시작됐고, 현재 수천명의 남성들이 비난당하고 전혀 이해못할 일이 재연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원고인 여성들을 가리키며 “난 이 사람들이 훌륭한 사람들이 아니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난 이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나는 혼란스럽고 다른 남성들도 이 문제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잃고 있는 수천만의 남성과 여성에 대한 것이다. 나는 이 나라도 어떤 의미에선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건 1950년대 블랙리스트의 반복이다. 이때 나같은 많은 남성들, 한 예로 달튼 트럼보가 공산주의자로 간주되어 직장을 잃고 감옥에 갔다”는 말도 이어졌다. 트럼보는 할리우드 황금기인 당시 가장 인기있었던 천재 시나리오 작가다.

와인스타인은 “겁박(scare)이 있었고, 그런 일이 일어났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전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미투운동을 매카시즘과 같은 ‘겁박’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자신이 영화 산업에서 큰 힘을 갖고 있지는 않음에도 권력자인 것처럼 폭발하듯 비난의 양상이 나타났다면서 “나는 권력자가 아닌 완벽주의자”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변론은 와인스타인을 성폭행 등으로 기소한 원고들인 제시카 만과 미리암 헤일리의 진술과 판이하게 달랐다. 이날 두 여성은 법정에서 와인스타인이 자신들에게 한 행동을 세세하게 진술했고 “성폭행은 한순간의 고통이 아니다. 영원히 계속된다”고 호소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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