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인적교류 당분간 ‘올스톱’…“한국 가면 못 돌아오나” 교민들 ‘술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22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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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강력한 통제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 간의 인적 교류는 사실상 끊기게 됐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한일 관계는 더욱 얼어붙게 됐다.

●인적 교류 당분간 ‘올스톱’

당장 9일부터 일본에 입국하는 한국인 수는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오는 모든 이들을 의료시설이나 숙박시설에 2주간 대기하도록 요청했기 때문. 이후 검사를 받고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돼야 일본으로 입국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발행한 비자를 무효화하기로 하면서 비즈니스나 문화예술 등 목적으로 1년 이상 일본에 장기 체류하기 위해 방일하는 것도 당분간 불가능하게 됐다.

한국에서 일본에 입국한 수는 2018년 753만 명에서 지난해에는 한일관계 악화로 558만 명으로 줄었다. 이번 조치가 장기화된다면 올해 방일하는 한국인 수는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이 한국에 가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일본 외무성은 4일 경북 안동에 대한 감염증 위험정보를 ‘레벨3’으로 격상했다. 레벨3은 방문 중지를 권고하는 단계다. 이로써 외무성이 레벨3으로 지정한 곳은 대구와 경북 경산 영천 청도 등 9곳으로 늘어났다.

일본에 사는 교민들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대기업 주재원인 남편을 따라 일본 도쿄에 건너온 40대 한국 여성은 “일본 정부가 2일부터 임시 휴교령을 내려 아이들 봄방학이 한 달이나 되기 때문에 한국에 다녀오려고 했는데 포기했다”고 말했다. 교민 사회에는 “지금 일본을 떠나면 일본에 못 돌아온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리더십 위기에서 나온 강경책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코로나19 진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을 중심으로 한 부분적인 입국통제 정책을 펴왔다. 한국도 감염자가 급증한 대구와 경북 청도를 방문한 적이 있는 이들만 입국 금지시켰다. 하지만 일본 내 코로나19가 감염자가 1000명을 넘어서고, 일본 전역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나타나면서 아베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권용석 히토쓰바시대 교수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 대응 미숙으로 아베 정부가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는데다 최근 도쿄올림픽 개최 여부까지 추궁을 받는 상황이 되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린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치로 일본 스스로 입는 피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화하면서 한국 여행객이 급감했고,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2월부터는 중국 여행객도 급격히 줄었다. 박상준 와세다대 교수는 “한일 간 인적 교류가 막히면 관광업이 직접적 타격을 입고, 장기화되면 항공 숙박 소매업 등으로 타격이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일 정상이 지난해 12월 중국 청두에서 만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에 뜻을 모은 상태에서 이번 조치로 한일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이날 오후 소마 히로히사(相馬弘尙)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와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정부는 일본의 행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다. 외교 당국자는 “일본에 대한 여행주의보를 별도로 강화해 발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치가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한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한일 외교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일본 조치로 인해 인적, 물적 피해도 문제지만 다른 국가에 미치는 상징적 메시지가 우려된다”며 “한국과 가장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크게 엮여 있는 일본이 사실상 한국인 입국을 금지시키면 다른 국가도 동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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