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사가 남긴 교훈”…北 인권 개선은 곧 생산 환경 개선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5일 14시 28분


코멘트
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에서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과 한미안보연구회가 공동 주최한 제34회 국제안보컨퍼런스가 열렸다. ‘남·북한: 경제적 화해(North and South Korea: Economic Reconciliation)’ 주제로 열린 첫 세션에 참여한 한미 전문가들은 대북제재와 인권 그리고 경제발전의 밀접한 상관관계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패널들은 대북 제재 유지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2018년 이후 급변한 북미 관계 또한 제재의 영향이 주요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데 동의했다. 북한 인권 개선은 곧 생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북한이 향후 글로벌 경제 시스템에 유입되고 국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투명한 데이터 제공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왔다. 현 대북 제재는 최강 수준이지만 제3국 국적의 제재 우회 책임자들까지 적극 단속해야 실질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회담 복귀 위한 제재 유지 필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회담 복귀를 위해서는 제재 유지가 필수”라고 강조하고 “(공식적으로는 적어도) 중국과 유럽연합(EU)까지 하나로 묶어 이견 없이 진행할 수 있는 유일한 대북 정책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재는 북한 주민을 겨냥한 것도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압박을 통해) 북한이 협상을 지속토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브루스 벡톨 텍사스주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북한을 돕는 제3국의 대북 제재 우회 책임자들에 대한 제재가 핵심이다”며 “대만 모잠비크 등 다른 나라 국적의 제재 우회 또는 위반 동조자들이 실제 자금줄을 쥐고 있으며 이들에 대한 책임을 물지 않는 한 제재는 그냥 종이조각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가장 강도 높은 제제와 대북 협상을 동시에 진행한 유일한 미국 대통령이지만 당장 추가 제재할 수 있는 은행만도 여전히 12 여 곳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1990년 대 나이키사가 남긴 교훈”

트로이 스탠가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1990년대 필리핀공장을 둔 나이키사가 열악한 현지 노동환경으로 국제적 인권 유린 비판에 직면했던 사례를 들었다. 당시 인권 문제 제기는 곧 나이키사의 생산과 노동 환경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것. 스탠가론 국장은 “북한 역시 열악한 인권 실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경제 및 투자 환경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북한 경제개발을 위해서도 투명성과 국제규격에 맞는 경제 데이터 제공 또한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실업률 등과 같은 데이터가 있어야 북한도 세계은행 등을 통한 개발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서 “향후 북한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가입하지 않으면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이 어렵고 이 경우 북한 상품들은 대미 수출시 가장 높은 관세 적용을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 “의회 역할 간과 말아야”

대북 제재 전반에 있어 미 의회의 역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진단도 나왔다.

카일 페리어 KEI 국장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미 의회가 연속적인 제재 강화 및 대북 인권 법안을 내놨다는 점은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가 결코 일치된 관련 입장을 갖고 있지 않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는 남북 경제 협력이 궁극적으로 북한 인권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미 의회에도) 꾸준히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제재 보다 중요한 당면 과제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일화 한미안보연구회 이사는 “관련국들의 협력을 통한 효율적 제재에는 찬성한다”면서도 “북한의 현 (세습) 정권 하의 한반도 통일 추구는 여전한 이데올로기인 만큼 이에 대한 변화가 (제재 보다) 더 핵심적 문제”라고 진단했다.

워싱턴=김정안 특파원 j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