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과 대립 격화 속 외교안보 정책 갈등 다극화…외교 시험대 오른 트럼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30일 22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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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월 취임 후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을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외교안보 정책이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 충돌을 야기하고 있다. 경제와 군사 양면에서 치열한 패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냉전 시절부터 군사적으로 대립한 러시아와도 다시 핵경쟁을 벌일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등과도 첨예하게 대립해 미국의 ‘갈등 다극화’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트리스 관세·남중국해로 中과 대립 격화

미 상무부는 29일 “중국산 매트리스에 최대 1730%의 반덤핑 관세를 예비 판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매트리스에 대한 덤핑 의혹을 조사해 왔다. 2017년 기준 미국이 수입한 중국산 매트리스는 4억3650만 달러(약 5200억 원)에 달한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는 ‘도구’”라며 화웨이를 계속 제재할 것임을 시사했다.

남중국해 군사 긴장도 상당하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이날 워싱턴 한 간담회에서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군사력 팽창을 경고했다. 그는 “과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남중국해 섬들을 군사화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며 중국 최고 권력자를 정조준했다. 존 리처드슨 해군참모총장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 및 해상 민병대를 정규 해군으로 간주해 대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와의 대립도 일촉즉발 상황이다.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로버트 애슐리 국장은 이날 워싱턴의 한 군축포럼에 참석해 “러시아가 핵실험 동결(모라토리엄)을 위반하고 폭발 시 핵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작은 규모의 ‘무수율(zero-yield)’ 핵실험을 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실험 장소로는 북극해 노바야제믈랴 제도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2000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을 비준했다. 이후 미 당국자가 러시아의 모라토리엄 위반을 공식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의 화약고’ 중동 페르시아만도 비슷하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날 “미국과 협상하지 않겠다. 협상은 아무런 이득이 없고 해를 끼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사태 역시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금방이라도 축출될 듯했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도 건재를 과시하며 ‘반미(反美)’를 외치고 있다. 5월에만 두 차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북한은 최근 미국이 압류한 북한 선박 ‘와이즈 어니스트’호 반환을 요구하며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어디에도 평화로운 곳이 보이지 않는다.

● 정책 혼선 우려…볼턴 경질설도

2020년 재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많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이 소위 ‘불량 국가’의 동시다발적 도전에 직면했지만 대통령이 ‘외교’와 ‘강압’의 균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행정부의 정책 일관성도 떨어진다고 우려했다.

행정부 내 갈등도 상당하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강경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갈등설 등으로 정책 혼선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볼턴 보좌관의 경질설까지 제기하고 있다. 다만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 중인 볼턴 보좌관은 29일 “개가 짖어도 행렬은 간다(The dogs bark and the caravan moves on). 나는 참모지 결정권자가 아니다”라며 불화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ABC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볼턴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간 파열과 혼선이 계속 노출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싱크탱크 평화연구소(USIP)의 프랭크 엄 연구원도 ”대통령이 재선 등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에 치중한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좌충우돌하는 사이 강대국들은 발 빠르게 합종연횡을 모색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밀착하면서 중국과도 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70주년을 맞아 개최한 해상열병식에서 욱일기를 단 일본 호위함의 입항을 허용했다. 중국과 러시아도 ‘공통의 적(敵)’ 미국에 맞서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시 주석은 다음 달 러시아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다.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주요국도 이란을 압박하는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며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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