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트럼프 한층 여유…“환상영화 한 장면처럼 보일 것”

  • 뉴시스
  • 입력 2019년 2월 28일 13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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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에 팔 기댄 채 편안히 대화…'손끝'은 분주
"우리가 마주 앉아 훌륭한 시간 보내는 걸 환상영화 보듯"
기자들 향해 "날래 좀 들어가셔야 무슨 이야기를…"
트럼프-김정은, 10분 미만 공개발언 후 비공개 담판

제2차 북미 정상회담 공식 일정 이틀째인 28일 회담장인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호텔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전날보다 한층 편안해진 표정이었다. 그는 본격 회담 전 언론에 공개하는 모두발언 자리에서 원탁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란히 앉아 이날 회담에 임하는 소회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제2차 북미 정상회담 회의론자들을 겨냥, “우리가 마주 앉아서 훌륭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데 대해 마치 환상영화의 한 장면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발언하는 등 이번 회담의 의미를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또 발언하는 동안 왼팔을 원탁 테이블에 올려둔 채 편안한 자세를 취하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대부분의 발언 시간 동안 시선을 대화 상대방인 트럼프 대통령이 아닌 둘 사이의 테이블이나 정면의 취재기자들 쪽으로 뒀다. 그가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눈을 마주친 건 자신의 발언이 끝났을 때와 모두발언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을 앞두고 “우리에겐 시간이 귀중하다”고 웃으며 말할 때 정도였다.

아울러 김 위원장은 팔꿈치는 테이블에 기대어 편안한 모습을 연출했지만, 손은 연신 주먹을 쥐었다 펴거나 손가락을 서로 맞붙여 문지르는 등 다소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 위원장은 무릎 위에 올려둔 오른손 역시 쥐었다 펴거나 의식적으로 펼쳐 허벅지에 가져다대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하자 두 손을 모아 깍지를 낀 채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이뤄지는 동안 별다른 표정 변화는 보이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이후 “오늘 말고도 많이 만날 거라고 생각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 통역 버전을 전해 듣고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또 ‘좋은 관계’라는 단어가 들려오자 역시 고개를 끄덕여 동조를 표했다.

김 위원장은 앞서 8개월만에 트럼프 대통령을 마주한 27일 환담에선 충혈된 눈에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아울러 회담장으로 오가는 길 자신의 전용차량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포착돼, 이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담감 표출이라는 분석을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회담 둘쨋날인 이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다소 엄중해보이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김 위원장과 마찬가지로 한쪽 팔을 테이블에 기대고 편한 자세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김 위원장의 ‘환상영화’라는 표현을 번역한 “fantasy movie”라는 표현을 듣자 입을 다문 채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잠시 웃다 다시 치아를 드러내며 환하게 웃기도 했다.

다만 이날 단독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에 비해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정에서 조금 더 긴장된 모습이 보였다. 발언도 김 위원장에 비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러 차례, 처음부터 강조했다. 속도가 중요하지 않다”며 “미사일 발사, 핵실험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또 “나는 서두를 그러한 생각은 없다”고 거듭 같은 말을 반복했다.

두 정상은 10분이 조금 못 되는 시간 동안 공개발언을 진행한 뒤 곧바로 비공개 회담으로 전환,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에 착수했다. 김 위원장은 이 과정에서 모두발언 종료 직후 “우리한텐 시간이 귀중한데”라며 기자들을 겨냥해 “날래 좀 들어가셔야 무슨 뭐 이야기를…”이라고 본격적인 담판 착수를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단독회담 뒤 정원에서 잠시 산책을 하면서도 여유로운 표정과 걸음걸이를 보였다.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에 두 정상은 산책을 하며 각자 앞뒤로 걷다가 다시 나란히 걷기도 하는 등 동선을 다소 산만하게 가져갔지만, 이날은 시종 나란히 걸으면서 부드러운 표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이어질 확대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했다.

산책 중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만났을 때에도 두 정상은 미소와 여유로움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언가를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김 위원장의 오른쪽 팔을 터치하기도 했다.

확대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비핵화에 대해서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하는 게 결정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위원장은 “매우 궁금해하는 거 같다”며 도리어 환하게 웃어 보였다. 또 김 위원장은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할 준비를 했냐”는 기자의 돌발 질문에 다소 당황한 듯하다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받아넘겼다. 회담장엔 금세 웃음이 묻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언변과 위트로 확대회담장에서는 단독회담 때보다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되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평양에 연락사무소를 개설하는지’를 묻는 기자 질문에 “지금 이 질문에 대한 김 위원장의 답변을 듣고 싶다”며 상당히 민감할 수 있는 의제와 관련해 농담을 던지고 웃어보였다.

북미는 확대회담이 끝나면 오전 11시55분부터는 업무오찬을 가질 예정이다. 업무오찬에는 확대회담에 참석하지 않은 양측 공식수행단이 모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두 정상은 오찬을 마치고 오후 2시5분께에는 역사적인 ‘하노이 선언’에 서명할 계획이다. 아울러 오후 3시50분께부터는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번 회담이 지난해 ‘센토사 합의’에 제시된 비전을 구체화하는 만큼, 단독회담이나 확대회담의 종료 시간에 따라 일정이 더 늦게 끌날 가능성도 있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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