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로상만 받았던 여성과학자… 연구비 수주, 임금 등 여전히 ‘유리천장’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월 18일 16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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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자가 크게 활약하고 있는 생명과학 분야에서조차 여성이 ‘유리천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학술지 ‘네이처’는 최근 50년 동안 여성 생명과학자가 우수한 연구 성과를 냈음에도 수상 비율이 남성보다 낮고, 상을 받아도 본연의 연구업적 보다는 교육이나 과학 대중화에 기여한 부수적인 ‘공로’로 받았으며 상금액도 남성의 3분의 2 수준으로 적었다는 조사 결과를 17일 공개했다.

브라이언 우찌 미국 노스웨스턴대 공대 교수팀은 1968~2017년 50년 동안 수여된 생명과학 및 의학 분야 과학상의 수상자 데이터를 미국 내 5대 생명과학 학회 홈페이지와 위키피디아 등을 통해 수집했다. 628개 상 수상자 5057명을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 2008~2017년 최근 20년 동안 여성 연구자의 수상 비율은 27%로 나타났다. 또 1968~1977년 10년 동안에는 여성의 수상 비율이 5%에 불과했다. 미국 내에서 생명과학 박사의 50%, 의학 박사의 38%가 여성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특히 많은 상금을 주고 높은 평가를 받는 노벨상 등 유명한 상일수록 여성 수상 비율이 떨어졌다. 상금 기준 상위 5% 상의 여성 수상자는 14.6%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받은 상의 ‘질’도 남성과 달랐다. 여성은 연구 실적으로 받는 상보다, 교육이나 학생 멘토링, 대중 활동 등을 한 부수적 공로를 인정받아 받은 상이 훨씬 많았다. 실제로 연구 성과로 받은 상은 남성(74%)의 3분의 1에 불과한 26%였고, 교육 등 대외활동 수상은 50%를 차지했다. 여성이 받은 총 상금 액수도 남성의 64%였다.

과학계에서 여성의 성과가 저평가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는 처음이 아니다. 특허, 논문 발표, 연구비 수주, 임금 등에서 여성 과학자가 보이지 않는 차별을 받는다는 연구가 많다.

지난해 4월 생명공학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특허 심사 과정에 무의식적인 차별이 일어나 여성 발명가의 특허 인정(등록) 수와 비율을 모두 떨어뜨리는 ‘성 편향(gender bias)’ 현상이 있다고 실었다. 이는 미국특허청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2001~2014년 특허 출원 문서 270만 건을 통계분석한 것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여성 발명가가 취득한 특허의 수는 전체 특허의 10%에 그쳤고 특허 심사를 통과해 특허를 인정받을 확률은 남성 발명가에 비해 7% 낮았다.

한국에서는 연구비 수주 규모가 도마에 올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받은 ‘연구개발 부문 남녀 과제당 지원액’에 따르면, 2013~2017년 5년간 남성 책임연구자는 과제당 평균 1억 6600만 원의 연구비를 받은 반면 여성은 평균 5600만 원에 그쳐 남성의 약 3분의 1에 불과했다. 여성연구원은 연간 5000만 원 미만을 지원 받는 소형 과제에서만 약 34% 선정됐고 중대형 과제로 갈수록 비율이 뚝 떨어졌다. 10억 원 이상의 대형 과제에서 여성이 연구책임자인 경우는 19명 가운데 1명꼴인 5.6%에 불과했다.

윤신영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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