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외무장관 “DMZ 보며 뭉클…6·25 참전 콜롬비아 병사들 생각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2월 19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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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무장관 인터뷰
“DMZ 보며 6·25전쟁 참전 콜롬비아 병사들 생각나”
반군 평화협상 경험 살려 “지속되는 평화엔 대중 지지가 필수”

카를로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무장관. 사진 출처 페루 외무부 플리커 계정
카를로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무장관. 사진 출처 페루 외무부 플리커 계정
“비무장지대(DMZ)를 보며 뭉클해졌고 많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콜롬비아의 6·25전쟁 참전은 양국 관계를 강하게 만드는 근간입니다.”

카를로스 트루히요 콜롬비아 외무장관은 18일 서울 종로구 콜롬비아대사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방한 기간 DMZ를 방문 했던 것을 거론하며 잠시 감상에 젖어들었다. 남미 국가 중 유일하게 6·25전쟁에 참전한 콜롬비아는 당시 5100여 명을 파병했다. 그는 “(1970, 80년대) 일본에 거주하면서 한국을 개인적으로 찾을 기회도 많았는데 그때도 DMZ를 방문했었다”며 “(남북관계) 발전이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DMZ에서의 콜롬비아 전사자 유해 발굴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보였다. 트루히요 장관은 “강경화 외교부장관과 만남에서 논의가 있었다”며 “한국이 먼저 이야기를 꺼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콜롬비아 병사 201명이 전사했다.

트루히요 장관은 무장반군 세력과 평화협정을 맺고 이들을 사회로 재통합시킨 경험이 많은 자국 배경을 언급하며 향후 비슷한 과제를 떠안을 수 있는 한국에 “모든 케이스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면서도 자신의 생각을 보탰다.

그는 ‘과거의 적과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드는 데 가장 필수적인 것’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시민들의 대중적 지지다”라고 답변했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콜롬비아의 경우 시민들이 초반에 (평화협정을) 지지하다가 (반군의) 폭력이 이어지면서 회의론으로 돌아선 적이 많다. 국가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트루히요 장관은 방한 기간에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만나 콜롬비아의 반군세력 재통합 사례와 관련된 경험을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그가 속한 이반 두케 행정부는 이전 정부가 체결한 최대 반군 세력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과의 평화협정을 유지하되 일부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범죄 경력이 있는 FARC 출신 정치인을 퇴출시키겠다는 등의 방안이 포함된 안이다.

콜롬비아는 올해 경제난에 빠진 베네수엘라 출신 이주민 100만 명 이상을 받아들인 것으로도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트루히요 장관은 “우리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국제사회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면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고마운 감정이 남아 있기 때문에 (대규모 이주민 수용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베네수엘라에 석유 붐이 일었을 때 많은 콜롬비아인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베네수엘라로 향했었다”는 것. 그는 “현재 남미 주요국들과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와 자유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인도적 관점에서 형제들을 향해 팔을 벌렸다”라고 말했다.

한국은 남미 국가 중 칠레와 페루에 이어 세 번째로 콜롬비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했다. 트루히요 장관은 2016년 7월 발효된 이 FTA 협정이 “6·25 전쟁에 이은 양국 관계의 두 번째 이정표다”라고 설명했다. 양국의 교역액 규모는 지난해 기준 14억6000만 달러(약 1조6000억 원) 수준이다.

트루히요 장관은 문화를 통한 교류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그는 “콜롬비아 젊은 세대들은 케이팝을 좋아한다”며 “한국에서도 살사가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서로의 문화가 더 퍼지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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