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견제’ 이해 일치… 이스라엘-걸프국가 화해무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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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타냐후, 현직 22년만에 오만 방문… 이스라엘 각료 국제회의 잇단 초청
이스라엘~오만 내륙철도 구상도

지난달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오만 무스카트에서 카보스 빈 사이드 오만 국왕을 만나 중동 안정에 관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무스카트=AP 뉴시스
지난달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가 오만 무스카트에서 카보스 빈 사이드 오만 국왕을 만나 중동 안정에 관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있다. 무스카트=AP 뉴시스
꽁꽁 얼어 있던 이스라엘과 걸프 국가들(사우디아라비아 등 페르시아만에 인접한 6개국)의 관계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스라엘 건국일을 ‘대재앙’이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조차 하지 않았던 걸프 국가와 이들을 ‘거친 이웃’이라고 묘사해 온 이스라엘, 둘의 냉전이 ‘해빙기’를 맞고 있다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2년 만에 오만을 방문한 데 이어 이스라엘 내각의 핵심 장관들이 잇따라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에서 열린 주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9일 이스라엘 일간지 예루살렘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 안보 내각 구성원이자 전 남부군사령관인 요아브 갈란트 주택장관은 “사우디를 비롯해 아랍 국가들과 싸워야 하는 어떤 이유도 없다.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과 ‘평화’를 만들 준비가 돼 있다”고 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다. 현재 아랍 국가 중 이스라엘과 정식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는 이집트와 요르단뿐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장관급 인사들이 걸프 국가를 방문하는 사례는 지난달 말부터 잦아졌다. 지난달 26일 네타냐후 총리는 오만 수도 무스카트를 찾아 카보스 빈 사이드 국왕을 만났다. 이스라엘 현직 총리의 오만 공식 방문은 22년 만이었다. 오만 정부 측은 이날 “이제 이스라엘을 ‘국가’로 대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현지 언론인 i24뉴스에 따르면 내년 초 바레인에서 열리는 국제 콘퍼런스에 이스라엘 경제장관이 공식 초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국제스포츠대회가 열린 UAE의 아부다비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되기도 했다.

중동 전문가들은 사우디를 비롯해 걸프 국가들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정치적 이해관계와 경제적 실익 때문에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우디 등 걸프 국가들은 이란과 헤즈볼라(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레바논 남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무장단체)를 견제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갖고 있는 군사 정보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미 사우디는 이스라엘 정부 고위 관계자와 비밀리에 접촉해 정보 교환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이 구상한 ‘중동 평화를 위한 철로’ 프로젝트 역시 걸프 국가들에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다. 이는 지중해에 닿아 있는 이스라엘 북부 항구도시 하이파에서 요르단 수도 암만,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지나 오만 무스카트까지 하나로 잇는 2500km 거리의 대형 철로를 건설하자는 프로젝트다. 이 철로가 완성될 경우 걸프 국가들은 이란이 수시로 폐쇄하겠다고 위협하는 페르시아만의 호르무즈해협, 예멘 반군이 활개 치고 있는 홍해 남쪽 끝의 바브엘만데브해협을 벗어나 직접 지중해까지 육로로 닿는 안정적인 무역로를 새로 얻게 된다.

카이로=서동일 특파원 dong@donga.com
#이란 견제#이해 일치#이스라엘-걸프국가 화해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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