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큰폭 반등… “기술주 잘 나가야 탄력 받을텐데”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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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애플-구글 등 10개 종목
‘팡플러스 지수’ 고점 대비 13.5%↓… 내년 이익 전망 어두워 불안 여전
트럼프 “연준이 가장 큰 위협”… 금리인상 움직임에 노골적 불만


글로벌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미국 증시가 주요 기업들의 3분기(7∼9월) 실적 호조에 힘입어 큰 폭으로 뛰어올랐다. 탄탄한 기업 실적과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 정책 등을 바탕으로 미 증시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하지만 뉴욕 월가에서는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고 있어 투자 심리가 예전처럼 회복되기 힘들다는 전망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무엇보다 기술주 주도의 강한 상승장으로 되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16일(현지 시간)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2.17% 상승한 25,798.42에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8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15% 올랐다.

뉴욕 3대 지수가 일제히 2% 이상 뛴 것은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3분기 신규 구독자가 예상치를 35% 웃돌았다는 소식에 주가가 3.98% 급등했다.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도 3분기 순이익이 크게 늘어 각각 5.7%, 3.0% 뛰었다.

이날 발표된 경제 지표도 힘을 보탰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채용 공고는 전달(694만 명)보다 증가한 710만 명으로 2000년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월가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의 3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19%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업 실적이 휘청거리는 미국 증시의 근본적인 처방이 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증시를 견인하는 기술주가 내년 이후에도 강한 성장세를 이어갈지에 대해 전망이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주요 기술주 10개 종목을 담은 ‘팡플러스(FANG+)지수’는 올해 고점 대비 13.5% 하락한 상태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3분기 실적이 기대를 웃돌 경우 단기 반등은 기대할 수 있지만 내년 이후 기술주의 이익 추정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어 불안감이 해소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추가 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신흥국 금융 불안 등 겹겹이 쌓인 악재도 미 증시 상승세에 제동을 걸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6일 “연준이 나의 가장 큰 위협”이라며 연준의 금리 인상 움직임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미 증시의 상승장이 내리막길에 들어섰다는 경계감도 시장에 퍼지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 10년물 국채 금리가 4%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는 3.1%대로 통상 금리 인상은 증시에 악재로 꼽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는 “금리 불확실성과 임금 상승이 미 경제를 둔화시킬 것”이라며 “증시는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블랙록의 펀드는 3분기 31억 달러(약 3조4720억 원)가 빠져나가 약 3년 만에 순유출을 보였다.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AML)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 23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85%가 글로벌 경기가 경기 확장 사이클의 말기를 지나고 있다고 답했다. 마이클 하트넷 BAML 수석 투자전략가는 “연준의 긴축 정책으로 미국의 희망이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증시#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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