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겨도… 입혀도… 빼앗긴 여성의 권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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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부르카-니깝 착용금지 논란 재연
“테러범 신원 숨기기 악용 방지”, 최근 2년간 5개국 금지 선언
덴마크는 8월부터 전면 시행
무슬림 “전통문화 파괴” 반발속 “女 자유억압” 이슬람판 미투도

유럽에서 테러가 빈발하면서 부르카 논쟁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온몸을 가리고 눈마저도 망사로 덮는 이슬람 전통 여성 복장 부르카가 테러리스트의 신원을 숨기는 용도로 쓰일 수 있다는 지적과 함께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유럽 국가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스위스 불가리아 모로코 등 최근 2년간 ‘부르카 금지’를 선언한 유럽 국가만 모두 5곳이다.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도 ‘부르카 금지법’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최근 부르카 금지 법안을 통과시킨 나라는 덴마크다. 지난달 31일 ‘부르카 금지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8월 1일부터 덴마크의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깝을 포함해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착용할 수 없게 된다. 얼굴 전체를 가리는 복장을 공공장소에 한해 금지하는 법안을 2년간 논의한 네덜란드는 이달 중 시행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노르웨이도 학교와 유치원, 대학에서 부르카와 니깝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근 통과시켰고 국왕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태다.

부르카 논란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벨기에 하원은 안전상의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를 비롯해 신원 확인을 어렵게 하는 옷과 두건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는 2011년 4월 공공장소에서 부르카와 니깝의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그러나 2016년에는 무슬림 여성들이 입는 부르키니 착용을 금지했다가 프랑스 국가평의회의 ‘위법’ 판결을 받고 조치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 후 한동안 잠잠하던 부르카 논란은 2016년 7월 스위스의 티치노주가 ‘공공의 안전을 위협한다’는 이유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면서 다시 불거졌다. 이후 불가리아와 오스트리아 등도 비슷한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고 나섰다. 지난해 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는 이슬람 단체를 중심으로 시위대 3000여 명이 모여 정부 결정에 대한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부르카 논란의 최대 피해자는 결국 무슬림 여성들이다. 부르카를 비롯한 이슬람 전통 여성 복장이 ‘모래바람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본래의 목적을 잃은 이후에도 무슬림 여성들은 사회적 억압에 의해 이 복장을 착용해야 했다. 이젠 부르카 논란으로 또다시 타인에 의해 평생토록 입어 왔던 전통 의상이자 문화를 박탈당할 처지에 놓였다. 이런 이유로 전통을 고집하려는 흐름과 거부하려는 움직임이 양분돼 나타나기도 한다. 세계 각국이 부르카 금지를 선언하고 나설 때마다 반발하는 시위가 벌어지지만, 올해 초 이란에서는 히잡 반대 릴레이 1인 시위인 ‘나의 은밀한 자유’ 시위가 등장했다. 의복으로 머리카락을 가리지 않은 여성들에게 징역 2개월 미만의 형을 살게 하는 이란 법률에 여성들이 반대하며 거리로 나선 이 시위는 ‘이란판 미투(#MeToo)’ 운동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유럽#부르카#니깝 착용금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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