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잊혀진 아이들, 미래를 찾아주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3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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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그베데르 유니세프 방글라 대표

‘변방에 살고 있는, 잊혀진 아이들.’ 에두아르 베이그베데르 유니세프 방글라데시 대표(51·사진)는 방글라데시 난민캠프에 살고 있는 로힝야족 청소년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미얀마에서 시민권을 받지 못하고 방글라데시로 쫓겨 왔지만 대부분 난민 지위조차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유엔아동기금 서울사무소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로힝야족 사태 속에서 잊혀진 존재인 아이들에게 일상을 찾아주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있는 쿠투팔롱 로힝야족 난민캠프는 방글라데시에서 4번째로 인구가 많은 곳이 됐어요.” 55만 명의 로힝야족을 수용하고 있는 이 캠프는 세계 난민캠프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크다. 이 중 55%인 30만 명이 아이들이다. 사람이 많아 위생 상태는 최악이다. 콜레라, 디프테리아, 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창궐하고 깨끗한 물이나 화장실을 수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4월에 우기가 시작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구릉 지대에 천막, 나무로 지은 임시숙소가 몰려 있어 비가 오면 산사태에 집이 무너질 확률이 높다.

“살아남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미래를 대비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난민캠프에서 사회화 교육을 받지 못하면 고향에 돌아가서도 사회에 통합되지 못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입니다.” 로힝야족 아이들은 고향인 미얀마 라카인주에서도 정상적인 교육을 거의 받지 못했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캠프 내 유치원 및 초등 1, 2학년 교육을 위한 869개의 학습센터를 만들었다. 앞으로 센터를 1500개까지 늘려 아이들이 하루에 2∼3시간이라도 공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다. 그는 “기초 교육을 받더라도 시민권도, 난민 인정서도 없는 아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건 불가능하다. 이들이 기본권을 누리기 위해선 난민 지위 인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난민캠프를 건설하고 치안 병력을 파견하는 등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방글라데시 정부가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전 세계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한국 정부도 로힝야족 구호 명목으로 유니세프에 70만 달러(약 7억5000만 원)를 기부했다. 한국 정부에 감사함을 표한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로힝야족 사태가 세계적 이슈로 떠올랐지만 아직도 난민들은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고통 받는 아이들을 외면하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뿌리 깊은 역사를 가진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이 과연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까. 기자의 이 질문에 베이그베데르 대표는 ‘코피 아난 보고서’를 언급했다. 아웅산 수지 미얀마 국가자문역의 요청으로 2016년 9월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을 대표로 하는 자문단이 1년간 미얀마 종교 갈등 실태를 조사해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보고서는 로힝야족에게 시민권을 부여하고 이들의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그는 “미얀마 정부가 이 보고서에 담긴 제안을 실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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