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데이터 1000여종 개방… 런던은 ‘스타트업 사관학교’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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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새해 특집/유럽 스마트시티를 가다]<下> 英 민간 혁신 일궈낸 ‘오픈 데이터’

《영국 런던의 금융지구 캐너리워프에 들어선 원캐나다스퀘어 빌딩. 이곳 39층에는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요람인 ‘레벨39’가 있다. 39층 라운지로 들어서자 다양한 국적의 젊은 직원들이 노트북을 켜놓고 업무를 보거나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영국 부동산회사 캐너리워프 그룹은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영국 정부 및 런던시와 손잡고 2013년 레벨39를 출범시켰다. 현재 레벨39에는 39층에 입주한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비롯해 투자 유치에 성공해 24층과 42층에 둥지를 튼 ‘중견 스타트업’까지 200여 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

‘레벨39’ 카페테리아에 모인 창업자들 영국 런던 원캐나다스퀘어 빌딩에 들어선 ‘레벨39’의 
카페테리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보거나 회의를 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레벨39의 
24층에는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입주해 있다. 런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레벨39’ 카페테리아에 모인 창업자들 영국 런던 원캐나다스퀘어 빌딩에 들어선 ‘레벨39’의 카페테리아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유롭게 업무를 보거나 회의를 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스타트업 육성 기관인 레벨39의 24층에는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입주해 있다. 런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눈길을 끄는 건 24층에 모여 있는 스마트시티 관련 스타트업들이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스타트업 투자 유치를 돕는 기업) 엑센트리의 여승욱 팀장은 “스마트시티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하자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이 모였다”며 “레벨39에서 관련 세미나와 미팅, 멘토까지 주선해줘 신생 기업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주변에 HSBC, 바클레이스, JP모건 같은 글로벌 금융회사 본사가 밀집해 투자자를 만나기 쉬운 점도 매력 요소다. 이런 환경에 힘입어 이곳 스타트업들은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신기술을 잇달아 상용화하고 있다.

세계적인 스마트시티로 평가받는 런던은 이처럼 기술력을 가진 스타트업을 적극 육성하고 민간에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는 혁신적인 산업생태계가 잘 구축돼 있다. 이를 바탕으로 런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해외 수출도 이어지고 있다.

○ 스타트업 키워 스마트시티 혁신기술 구현

음악, 미술, 영화 등 다양한 전시가 열리는 런던의 문화예술 공간인 서머싯 하우스에는 ‘메이커버시티(Makerversity)’라는 스타트업 집합소가 들어서 있다. 메이커버시티는 정부의 지원 등을 전혀 받지 않고 창업가 4명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무언가를 ‘제조(make)’하는 사람이면 심사를 거쳐 매달 일정 수준의 임차료를 내고 입주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스타트업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정기적으로 운영되고 3D프린터, 레이저 커터 같은 각종 디지털 장비도 제공된다. 현재 270개 스타트업이 입주해 스마트시티 등에 활용될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연구하고 있다.

메이커버시티는 유럽의 또 다른 선도적 스마트시티로 꼽히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세바스티안 렌 메이커버시티 이사는 “암스테르담에 설립된 지 1년 만에 건축, 산업공학, 디자인 등 다양한 출신의 창업자 75명이 들어왔다”며 “서로 영감을 받고 프로젝트를 함께 발전시키기 때문에 훨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벤 브래빈 레벨39 대표는 “런던은 다양하고 창의적인 기업가 정신을 북돋우는 환경을 바탕으로 스마트시티의 가치가 높아졌다”며 “다양한 신기술이 자립할 수 있도록 스타트업이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오픈 데이터로 민간 혁신 이뤄내

런던은 ‘오픈 데이터(open data)’ 구축에도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오픈 데이터는 공공 데이터를 누구나 가공해 사용할 수 있도록 시민, 기업 등 민간에 개방하는 것이다.

런던시는 2010년 ‘런던 데이터스토어’를 만들어 교통 주거 교육 환경 건강 세금 문화 등 1000여 종류의 공공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중 런던시 교통국(Tfl)이 데이터스토어에 공개한 오픈 데이터 ‘통합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는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교통 정보는 물론이고 대기 질, 공공자전거 대여 장소, 와이파이 접속 장소 같은 다양한 정보가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스타트업, 민간 기업들이 이 정보를 바탕으로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만 600여 개. 런던 시민들이 많이 쓰는 대중교통 앱 ‘시티매퍼’도 이렇게 탄생해 미국, 프랑스 등 해외 각국에 수출됐다.

런던시는 더 많은 오픈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난해 오픈 데이터를 전담하는 ‘런던 데이터 분석실’을 새롭게 만들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라는 직책까지 신설했다.

브래빈 대표는 “오픈 데이터는 ‘새로운 석유’라고 불릴 정도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중요한 인프라 자원”이라며 “고품질의 오픈 데이터를 이용해 민간에서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런던=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스마트시티#영국#스타트업#공공데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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