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함대 ‘西進’… 다시 파고 높아지는 남중국해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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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해군 “서태평양 전력 강화”… 新안보전략 발표 하루만에 밝혀
中 남중국해 인공섬 군사시설 확충… CSIS “최첨단 기지로 바뀌어”

중국이 남중국해 인공섬에 대한 군사시설 설치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미국 해군이 동태평양을 담당하는 3함대 군함 등을 서태평양 지역으로 이동 배치해 전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기싸움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존 리처드슨 미 해군참모총장은 19일 일본 요코스카(橫須賀) 기지에 배치된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 선상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 해군은 아시아태평양 일대에서 필요한 모든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3함대 등으로부터 전력을 (7함대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리처드슨 총장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을 반복하는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군함 이동 배치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언론과 전문가들은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로이터는 “리처드슨 총장의 회견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새 국가안보전략(NSS)을 발표하면서 중국을 러시아와 함께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경쟁 패권국가(rival powers)’로 지목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이어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공격적인 행동으로 현상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한 미국 관리가 말했다”고 전해 NSS 발표와 리처드슨 총장의 발언이 같은 맥락에서 나왔음을 시사했다.

올해 2월 3함대 소속의 항모 칼빈슨함이 남중국해를 순항하고 한반도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3함대 전력 일부를 이동 배치하겠다는 것이어서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9일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중국이 올해 들어서도 남중국해 난사(南沙)군도 인공섬 파이어리 크로스(중국명 융수자오·永暑礁) 등에서 지속적으로 군사시설을 확충해 그 면적이 29만 m²에 이른다며 최근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CSIS는 “중국이 남중국해의 시사(西沙) 난사군도 등에서 인공섬을 조성하고 탄약고와 항공기 격납고, 레이더 시설 등을 설치하고 있다”며 “인공섬들이 중국 최첨단의 해·공군 기지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파이어리 크로스는 9월 3일과 12월 8일 약 3개월 만에 상당수 시설이 엄폐 시설로 덮인 것이 위성사진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중국 로켓군 출신의 군사전문가 쑹중핑(宋忠平)은 “미국이 북핵 문제를 이용해 서태평양에 배치된 7함대 전력을 보강하려 한다”며 “리처드슨 총장의 말대로 되면 이 지역에 6대의 항모가 배치되는 셈이어서 중국 해·공군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전문가 리제(李杰)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미국의 결정은 중국군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 해·공군 전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것에 위압감을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중국#남중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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