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양자업체 리보디 CEO “5년內 2차 양자혁명 시대 도래, 한국만 손 놓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일 15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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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디 CEO
리보디 CEO
“한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산업 지원을 위한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런 한국에서 양자산업과 관련된 대규모 정부투자가 아직까지 발목잡혀있는 것은 아이러니입니다.”

양자암호 통신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인 IDQ의 그레고아 리보디 최고영영자(CEO·46)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와 만나 “투자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세계 양자기술 개발 경쟁에서 한국이 뒤쳐질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IDQ는 양자기술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존 스튜어트 벨 상의 첫 번째 수상자인 니콜라스 지생 제네바대 교수가 리보디 CEO와 함께 2001년 창업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정보를 빛의 단위물질인 ‘광자’에 실어 통신하는 차세대 암호 기술로 해킹이 불가능해 자율차 등 미래 기술의 핵심 보안기술로 평가된다. 슈퍼컴퓨터보다 수천배 빠른 양자컴퓨터도 4차산업혁명 기술로 지목된 분야다. 2025년 양자정보통신 시장 규모는 26조 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구글, IBM 등 글로벌 기업과 중국과 유럽 등이 앞 다퉈 양자기술에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은 기술력이 뛰어난 정보기술(IT)기업이 있는데도 투자에 손을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이 반도체 등 양자물리학에 기반한 20세기 중반 1차 양자혁명에서 우위를 점했지만 새로운 양자산업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기득권을 뺏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2019년부터 10억 유로(약 1조3000억 원) 규모의 양자컴퓨터 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미국과 중국은 양자 정보통신기술 개발에 각각 연간 2000억 원 이상을 쏟아 붓고 있다. 한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관련 예산이 심사 단계에서 절반 이상으로 삭감됐다.

리보디 CEO는 “앞으로 5년 안에 2차 양자혁명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며 “한국은 양자암호통신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지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선도하는 양자컴퓨터 기술은 미흡한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 투자계획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경제성 논란에 대해서는 “이미 각국 정부와 기업이 기술 개발이 한창이고 상용화 제품도 나오는 마당에 경제성을 운운하는 것은 어리석다”며 “기초과학과 산업기술 분야 입장차 때문에 투자시기를 놓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리보디 CEO는 한국 양자기술 테스트베드를 살펴보고 국회에 발의된 ‘양자정보통신 기술 개발 및 산업화 촉진에 관한 법률(양자특별법)’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방한했다. 올초 양자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을 만나 양자산업에 대한 정치권 의지와 지원 필요성 등을 나눴다. 양자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시도는 세계 첫 사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양자정보통신 중장기 기술개발 사업’ 계획은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한 예비타당성조사에서 심의를 맡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통과를 막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초 8년간 5518억 원이던 예산은 3040억 원으로 45% 삭감되고 핵심 분야인 양자컴퓨터 과제는 17개에서 4개로 축소됐다. 내년도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2일)까지 예타 심사가 통과하지 않으면 양자사업 투자계획은 원점에서 다시 수립해 검증을 거쳐야 한다.

신동진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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