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강 대결 치닫는 사우디-카타르… 美 직접 중재 나섰지만 출구 못찾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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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러슨 국무, 3개국 찾아 해법 논의
사우디 “리야드 협약 지켜라” 압박… 카타르 “보상 없으면 GCC 탈퇴” 반격

카타르 단교 사태를 지켜보던 미국이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보내 직접 중재에 나섰지만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방송을 통해 ‘리야드 협약서’를 공개하며 카타르를 압박하고 있지만, 카타르는 “3일 안에 단교에 따른 정치·경제적 손해를 배상하지 않으면 걸프협력회의(GCC)를 탈퇴하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10일 밤 쿠웨이트에 도착했으며 사흘간 카타르와 사우디, 쿠웨이트를 잇달아 순방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냈지만 틸러슨 장관은 “사우디의 요구 중 일부는 카타르가 수용하기 불가능하다”고 말해 오히려 사태가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우디 국영 방송인 알아라비야가 10일 공개한 2013년 리야드 협약에 따르면, 당시 카타르는 이슬람 정파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관련 인사들을 추방하겠다고 사우디를 비롯한 GCC 5개 회원국에 약속했다. 또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이집트 군부의 안정을 지지하고 알자지라 방송의 반(反)이집트 정부 보도를 중단하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합의 이행에 미온적이었고, 2014년 사우디 등 걸프 3국은 카타르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카타르가 그해 9월 무슬림형제단 인사를 추방시키면서 외교 분쟁이 봉합됐지만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은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우회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무슬림형제단은 GCC 왕정의 잠재적인 최대 위협이다. 아랍의 봄 이후 무슬림형제단은 이집트와 튀니지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아랍의 새 정치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때부터 카타르는 아랍권 왕정 타도에 나선 무슬림형제단을 지원하면서 ‘큰형님’ 사우디와 각을 세웠다. 카타르는 영토 면적이 사우디의 185분의 1에 불과하지만 천연가스 개발과 수출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며 미국, 이란, 러시아 등과 연결고리를 구축했다. 1995년 5만5000달러 수준이었던 카타르의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4월 기준 12만9110달러로 UAE(6만8420달러)와 사우디(5만5480달러)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사우디와 UAE가 카타르를 ‘왕따’시키고 있지만 중동 지형은 예전과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터키와 이란은 카타르를 지원하고 있고, 쿠웨이트와 오만은 중립적인 입장이다. 사실상 카타르가 사우디에 굴복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카타르는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GCC를 탈퇴하겠다”며 오히려 사우디에 최후통첩을 보내 긴장감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카이로=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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