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참석할 기념식장 주변엔 바리케이드 수백개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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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반환 20년, 구자룡 특파원 현장르포 1信]


구자룡 특파원
구자룡 특파원
28일 오후 3시 빅토리아항 너머로 주룽(九龍)반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홍콩섬 컨벤션센터 앞 ‘골든 바우히니아(金紫荊)’ 광장. 다음 달 1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이곳에는 섭씨 30도가 훌쩍 넘는 무더위에도 100여 명의 관광객과 시민이 나와 반환 축제를 미리 즐기고 있었다.

광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어주는 20대 사진사는 “시 주석이 행사장 인근 호텔에 투숙해 29일부터 3일간 바우히니아 광장이 통제되기 때문에 이날 더 많은 사람들이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광둥(廣東)성에서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50대 중반의 한 여성은 “반환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컨벤션센터 인근 대형 빌딩들에는 ‘반환 20주년 축하’ 문구가 새겨지는 등 홍콩 당국은 축제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있었다. 기념식장 주변에는 차량 돌진 테러 등에 대비해 수백 개의 물을 채운 플라스틱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시 주석 부부가 경호원들이 묵는 그랜드하이엇호텔(1박 8만8000홍콩달러)에 비해 숙박비가 3분의 1에 불과한 하버뷰호텔(1박 2만8000홍콩달러)에 투숙하는 것도 화제가 됐다. 이는 하버뷰호텔의 경우 내부에서 방탄 리무진을 타고 바로 행사장으로 향할 수 있는 경호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8일 보도했다.

중국은 20년 전 ‘50년간의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를 약속했지만 현지에서는 그 약속이 깨지고 있는 현장들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중국 공산당의 비리와 권력 암투를 다룬 책을 내오다 2015년 중국 당국에 직원 5명이 연행된 ‘퉁뤄완 서점’은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서점 출입문 등에는 ‘힘내라 언론의 자유, 사상의 자유’, ‘홍콩 힘내라’ 등의 격려 문구가 적혀 있었다.

26일에는 2014년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黃之鋒·21) 데모시스토(香港衆志)당 비서장 등이 광장에 세워진 금색 바우히니아(홍콩의 상징 꽃)상에 검은 천을 씌워 중국의 민주화 운동에 대한 탄압에 항의했다. 바우히니아상은 중국이 1997년 영국의 주권 반환을 기념해 홍콩에 선물한 것이다. 웡 비서장은 28일 시 주석의 홍콩 방문에 항의하며 20여 명과 함께 시위를 벌인 혐의로 경찰에 구금됐다.

홍콩인 천(陳)모 씨(71)는 “자유가 위축되는 것에 대한 젊은층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실력도 없이 독립을 요구해 봐야 소용없고 한 국가 국민은 뭉쳐야 강해진다”며 “한반도도 통일하면 더 강해지지 않느냐”고 말했다. 50대 후반의 택시 기사 저우스위(周師余) 씨는 ‘반환 후 20년간 어떠했느냐’는 질문에 “하이커이(還可以·그런대로 괜찮다)”라면서도 “조금은 글쎄”라며 여운을 남겼다.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은 것이다. 반환 이후 홍콩 사회의 양극화 심화와 중국 경제에 대한 예속, 중국의 영향력 강화 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것과 무관치 않다.

홍콩 총독이 1855∼1997년 사무실과 관저로 썼던 건물은 지금 행정장관 관사 겸 주요 행사 장소로 바뀌었다. 영국 해군사령부는 인민해방군 홍콩주둔군 본부가 돼 오성홍기가 걸렸지만 홍콩과 중국은 아직 하나가 되지 못했다.

광둥성 선전(深(수,천))을 통해 홍콩으로 향하려면 외국에 나가는 것처럼 출·입국신고서를 써야 한다. 출입국사무소 벽에 게시된 안내문은 간체자에서 번체자로, 근무자의 말은 푸퉁화(普通話)에서 광둥화로 바뀐다. 선전과 홍콩 간 육지 경계 22km 구간 대부분에는 한국의 휴전선처럼 철조망이 쳐져 있다.

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홍콩#반환#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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