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美, 말로는 ‘대북정책 합의’ 행동으론 엇박자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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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일 미국 백악관에서 허버트 맥매스터 미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대북 제재·압박과 대화를 병행하는 것에 원칙적 합의를 봤다고 한다.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대북 대화를 모색하는 한국과 북을 옥죄는 미국이 사전 조율을 통해 절충을 한 듯하다. 하지만 한미의 실제 행동에선 엇박자가 뚜렷해지고 있어 과연 동맹으로서 공동 보조를 취할 수 있을지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은 1일 북의 국무위원회 인민군 인민무력성을 지목하는 독자적 제재를 발표했다. 반면 한국 정부는 어제 민간단체의 대북 접촉 신청 8건을 추가로 승인했다. 이미 승인한 2곳을 포함하면 모두 10건이다. 유엔 안보리도 새 대북 제재 결의를 곧 채택하는 마당에 한국이 대북 교류의 빗장을 다시 활짝 여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놓고 한미 간에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나는 것이 걱정이다. 정 안보실장은 백악관 방문에 앞서 사드 배치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하게 하려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경북 성주골프장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이달 중 마무리되는 대로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대 외에 최근 논란이 된 발사대 4대를 연내에 추가 배치하려던 한미의 목표에 차질이 우려된다. 골프장 부지 32만여 m² 중 사드 사업면적은 10만 m²로 민간인 토지를 33만 m² 이상 매입하는 경우 등에 실시하는 대규모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제기한 것이 혹시 사드 배치 지연이나 백지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지 야권은 의심하고 있다.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가 “한국이 사드를 원하지 않는다면 9억23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배치 및 운용비용)를 다른 곳에 쓸 수 있다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언론에 밝힌 것도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청와대는 실제 면담에선 그런 발언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미국의 정책과 예산에 발언권이 작지 않은 더빈 의원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닌가. 대선후보 시절부터 문 대통령 진영에선 “사드 배치 문제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런 묘수가 있다면 정말 다행이지만, 사드 배치는 미국에 선심 쓸 일도, 중국 압력에 굴복하는 선례를 남길 일도 결코 아니다.
#정의용#국가안보실장#백악관#허버트 맥매스터#대북 제재#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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