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군국주의 상징 ‘교육칙어’ 부활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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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정부, 각의서 ‘교재 허용’ 결정… ‘국가와 日王에 충성’ 핵심 내용

“짐이 생각하기에 … 우리 선조가 나라를 만들어 신민이 마음을 하나로 모아 왔다. … 만일 위급한 큰일이 발생하면 대의에 입각해 용기를 내서 왕실 국가를 위해 몸을 던지라.”

메이지(明治) 시대인 1890년 10월 ‘신민(臣民)에 대한 교육의 근본이념’으로 메이지 일왕이 내린 교육칙어의 한 대목. 부모에 대한 효도 등 일반적인 도덕을 나타내는 항목이 있는 반면, 국민을 군주에 지배되는 신민으로 규정하고 국가와 일왕에 충성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메시지다.

일본 정부가 군국주의 상징의 하나인 ‘교육칙어’를 학생들에게 가르칠 수 있다는 방침을 정해 논란이 예상된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열린 각의(국무회의)에서 교육칙어에 대해 “헌법이나 교육기본법 등을 위반하지 않는 형태로 교재로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채택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일 보도했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하쓰시카 아키히로(初鹿明博)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 형태로 채택됐다.

과거 일제강점기 조선교육령과 대만 교육령은 ‘교육칙어’를 바탕으로 교육 전반의 규범을 정하고 군국주의와 침략전쟁을 미화하는 데 사용됐다. 교육칙어는 1945년 8월 일본이 패전한 뒤 연합국군최고사령부(GHQ)가 이듬해 폐지했다. 1948년 일본 국회도 ‘교육칙어 등의 배제에 관한 결의’를 통해 칙어가 학교 교육에서 실효를 상실했음을 확인했다.

교육칙어가 다시 살아난 것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2기 정권 들어서의 일이다. 아베 1기 정권이던 2006년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당시 문부상은 국회에서 “천황의 말씀을 기초로 교육을 하는 것은 전후 일본의 정치체제에 맞지 않게 됐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제2기 아베 내각인 2014년 4월 당시 시모무라 하쿠분(下村博文) 문부과학상은 “교육칙어를 교재로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다”고 국회에서 답변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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