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구자룡]동북아 평화, 중국이 하기 나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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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북한 5차 핵실험에 대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21호가 지난달 30일 채택된 후 어느 때보다 중국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9월 9일 핵실험 후 결의가 채택되기까지 그동안 중 가장 긴 82일이나 걸렸지만 중국이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3월 나온 결의 2270호가 석탄 철광 등을 금수(禁輸) 품목으로 정하면서 ‘민생 목적’은 제외해 사실상 제재가 유명무실해지자 이번에는 확인이 어려운 용도를 따지기보다 눈으로 볼 수 있는 ‘양적 통제’를 하는 데 중국이 동의했다는 점이 평가됐다. 중국이 결의안 통과 전 북한에 사전 통보하면서 추가 도발하지 말라고 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달 11일부터 31일까지 대북 석탄 수입을 중단한 것도 한시적이지만 처음이다.

 이처럼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은 여전히 뿌리가 깊다. 지난 10년 동안 한 해에 한두 번은 평양에 다녀왔다는 한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는 “석탄 수입량을 누가 어떻게 통계 내는지 알 수 있느냐”며 무역 통계나 ‘양적 통제’의 신빙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요즘 평양에선 교통체증이 일어날 정도로 차가 많아졌다. 차들은 중국을 통해 들어간 석유로 굴러다닌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가는 석유 수출이 이미 중국 공식 통계상으로 2013년 이후 4년째 ‘0’이다. 평양의 자동차 연료는 통계에 안 잡히는 무상 공급으로 충당하나?”

 이 소식통은 “중국이 제재를 충실히 이행할 이유가 있느냐. 단속에 엄청난 비용만 들고, 북한 석탄 수입이 줄면 국내 가격만 올라 원성만 듣는다. 미국으로부터 잘했다는 소리 한마디 들으려고 이렇게 하겠느냐”고 말했다. 최근 한 언론은 석탄 수입 잠정 중단을 발표한 10일 이후에도 여전히 밀수를 통해 석탄이 수입되는 실태를 폭로했다. 한 소식통은 “북한 접경 도시 단둥(丹東)이나 훈춘(琿春)에서는 평양에서 아예 ‘중국산(Made in China)’으로 표시해 생산된 제품이 중국으로 들어와 중국산으로 ‘원산지 세탁’을 한 후 중국과 한국 등으로 팔려 나간다”고 말했다. 북-중 통관 관리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증언이다.

 중국 공안 당국은 북한에 핵개발 물자를 수출한 혐의로 9월 하순 랴오닝훙샹(遼寧鴻祥)그룹과 마샤오훙(馬曉紅) 회장을 조사하면서 ‘곧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껏 아무 소식이 없다.

 올해 두 차례(1월과 9월)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의 제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가본 단둥 등 접경도시는 북한으로 가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현지에서 만난 대부분의 소식통들은 “제재 방안이 나와도 북한 파트너와 얼굴을 맞대고 오랫동안 거래해 온 여기 사람들은 다 피해 나갈 방법이 있다”고 말한다.

 반면 북한 핵에 대응해 추진 중인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강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중국 내 한류 콘텐츠 방영 제한에다 11월부터 내년 4월까지 한국행 단체관광객 20% 감축 조치로 항공사들의 한국행 부정기 편은 운항 스케줄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 동안 한국 상품의 대중(對中) 수출은 10%나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 대통령으로는 37년 만에 처음으로 대만 총통과 전화 통화를 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고하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이 가장 예민하게 여기는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를 지렛대로 무역과 대북정책 등에서 중국의 협조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래저래 동북아 우호와 평화 문제에 중국의 행보가 중요한 시기가 닥쳐오고 있다.
 
구자룡 베이징 특파원 bonhong@donga.com
#북한 5차 핵실험#동북아#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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