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시선/강준영]中 한류금지령(禁韓令)의 모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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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요즘 중국이 한류 제한이나 금지를 진행하는 것을 보면 ‘말하는 건 하지 않고(說的不做), 하는 건 말하지 않는다(做的不說)’는 중국 공산당의 통치술이 떠오른다. 올 7월 한국이 북핵 저지용 사드 배치를 발표한 이후 한류 산업은 분명히 선별적 타격을 받아 왔다. 한국이 한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까지 체결하자 자국의 강경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경제무역 교류보다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한류 문화산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최근 한국 연예인의 중국 방송, 광고, 영화 출연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고 있고, 사드 부지를 제공한 한 기업의 중국 사업장은 외국 기업으로는 유례없이 전수조사를 받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관련 중국 기업들은 상부의 눈치를 보면서 한류 관련 방송 연예행사 추진은 물론이고 신규 사업 신청도 포기하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는 확인이 어렵지만 중국의 언론과 신문, 출판 분야를 총괄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구두나 전화 통지 같은 비공식 경로를 통해 한류문화 산업 규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현지 우리 기업들에 대해서도 암묵적인 규제 외에 기존에 관례적으로 용인했던 부분들도 법에 위배된다며 준법 제재까지 시작해 한국 기업의 비즈니스를 압박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금한령에 대해 금시초문이며, 기업 조사 역시 중국 시장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합법적이고 일반적인 조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인들이 사드 배치에 대해 갖고 있는 정서를 주시하고 있다’는 말로 금한령이 사드와 관계가 있음을 시사했다.

 물론 과도한 외국 문화의 범람을 방지하고 중국의 문화예술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민감한 시기에 전개되는 일로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가 중국의 정책을 왈가왈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번 한류금지령이 사실이라면 이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정치·외교적 문제를 혐(嫌)한류 분위기에 편승시켜 문화 분야로 확대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다. 금한령은 중국의 문화 콘텐츠 개발에도 불리하다. 한중 관계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난 24년간 표면적인 경제사회 교류의 안정세 속에서 정치외교적 사안을 처리해본 경험이 없다는 데 있다. 좀 더 넓고 크게 보는 중국의 안목을 기대한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한류금지령#중국 금한령#사드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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