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클린턴 이메일 재수사 종결…美 대선판세 요동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7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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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코앞에 두고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개인 e메일 계정 수사 방침을 들고 나온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6일 불기소 결정을 통해 미국 정치에 미치는 FBI의 막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코미 국장은 지난달 28일 직속상관인 로레타 린치 법무장관의 만류에도 추가 수사를 방침을 밝혔다. 심지어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도 사전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3일 코미 국장의 재수사 결정은 조직 내의 압박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FBI 내에서 '반(反)클린턴' 정서가 팽배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사실상의 선거 개입 효과는 막강했다. 이틀 뒤인 지난달 30일 워싱턴포스트(WP)와 ABC가 발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클린턴과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46%와 45%로 박빙을 이뤘다. 불과 일주일 전 발표된 같은 여론조사에선 클린턴이 50%로 트럼프(38%)를 12%포인트 차로 앞섰다. FBI의 재수사 방침이 판세를 바꾼 셈이다.

그럼에도 FBI는 공화당을 지지하는 듯한 행보를 이어갔다. FBI는 1일 트위터 계정에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001년 임기 마지막 날 탈세 등 비리 혐의로 해외에 도피한 억만장자 마크 리치를 사면한 사건의 수사기록을 공개했다. 당시 리치가 2000년 힐러리 클린턴 당시 상원의원 선거캠프에 거액의 후원금을 제공했기 때문에 풀려났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었다. 현지 언론들은 FBI가 클린턴재단의 혐의를 다시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기 시작했다.

결국 FBI의 등장은 선거를 이틀 앞둔 6일까지 미국 대선판세를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형국으로 몰아넣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후보 지지율과 예상 선거인단 수 모두 클린턴이 트럼프를 앞섰지만 이후 '박빙의 대 접전'으로 변했다. 선거 예측 전문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경합주 판세에서도 클린턴 우세가 혼전으로, 혼전 지역은 트럼프 우세로 속속 바뀌었다.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뉴욕 증시는 하락했고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도 떨어졌다. '클린턴 당선'을 전망해온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트럼프가 승리할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공화당의 마이클 매콜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2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클린턴이 승리해도 FBI의 수사는 계속될 것이다. 하원에서 탄핵 심판에 들어가게 될 수 있다"며 클린턴을 압박했다.

비록 9일만의 '무혐의 유지' 결정으로 대선 개입 책임에서 벗어났지만 코미 국장과 FBI에게 쏟아진 의혹과 비난은 대선 후에도 조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사설에서 "FBI가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행동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특히 FBI가 대선 등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 불문율을 깼다는 점에서 향후 선거에서 정치중립 논쟁이 계속 될 가능성이 높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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