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 역행… ‘스트롱맨 리더십’ 전성시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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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이 원조… 시진핑-아베도 가세
민족주의 강조해 내부결속 강화… 지도자 개인 추종 분위기 유도
FT “세계정세 불안 초래 위험”

‘스트롱맨’ 리더십의 5가지 특징 ① 내셔널리즘과 독재적 요소 결합 ②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의 적과 대치 ③ 대중의 ‘컬트(추종)’ 문화 유도 ④ 국제기구 아닌 맨투맨 외교 선호 ⑤ 스트롱맨끼리 친분과 연대
‘스트롱맨’ 리더십의 5가지 특징 내셔널리즘과 독재적 요소 결합 외부의 적을 만들어 안의 적과 대치 대중의 ‘컬트(추종)’ 문화 유도 국제기구 아닌 맨투맨 외교 선호 스트롱맨끼리 친분과 연대
 민주적인 절차보다는 완력을 과시하는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십이 지구촌에서 부상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주 ‘핵심’ 지도자로 격상되며 36년간 이어져 온 중국 특유의 집단 지도체제를 사실상 1인 지도체제로 바꾸었다. 일본 재무장과 평화헌법 개정을 추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집권 자민당이 총재 임기를 늘리면서 2021년까지 장기 집권할 수 있게 됐다. 6월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외교 무대에서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연일 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주목받고 있다. 스트롱맨 리더의 원조 격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로 서방 세계와 충돌하면서도 지난달 총선에서 압승했다.

 21세기의 스트롱맨 리더십에는 이런 특징이 있다. 우선 민족주의로 독재를 포장해 내부 여론을 결집시킨다. 외부에서 찾아낸 공공의 적으로 내부의 공격을 무력화한다. 푸틴은 이번 총선에서 “서방 세계의 공세에 맞서 하나로 뭉쳐야 한다”며 위기감을 고조시켜 국내의 경제 심판론을 꺾었다.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 총리는 난민 공포를 조장하며 유럽연합(EU)과 사사건건 맞서고 있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신문 발행을 중단시키면서 권력을 공고화하고 있다. 지도자 개인에 대한 컬트(추종) 문화를 유도하는 것도 이들의 특징이다. 중국에선 걸그룹들이 콘서트에서 시 주석 찬양가를 부른다. 푸틴의 웃통 벗은 ‘마초’ 사진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세계 누리꾼들이 즐기는 콘텐츠다.

 외교적으로는 국제기구를 통한 만남보다 ‘맨투맨’ 정상회담을 선호한다. 극적 요소를 가미한 담판을 통한 성과는 이들의 인기 비결이다. 아베 총리와 푸틴 대통령은 다음 달 아베의 정치적 고향인 야마구치(山口) 현에서 16번째 정상회담을 갖는다. 미국과 함께 러시아에 맞섰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쿠데타 진압 이후엔 미국에 등을 돌리고 푸틴과 매달 만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스트롱맨 리더십은 민주주의에 역행하고 외교적으로 흥미는 끌지만 시스템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세계정세가 불안해진다”고 평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퍼지고 있는 이 현상은 경제 대공황 이후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등 강력한 지도자가 등장했던 1930년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열리는 미 대선에서는 또 한 명의 스트롱맨이 세계 최강대국의 리더로 등극할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는 스트롱맨 리더십의 자질을 고루 갖췄다. 이민과 테러의 위험을 고조시켜 미국인들을 하나로 묶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나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국제기구나 연대를 불신한다. 복잡한 여성 편력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마초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스트롱맨 리더십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될 것이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가 승리하면 ‘파워 우먼’ 리더십의 반격이 시작된다. 대표적인 파워 우먼 리더로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스트롱맨#푸틴#아베#시진핑#에르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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