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무역정책은 회의적… 트럼프 보호무역은 파괴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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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피터슨경제硏 대선후 경제 전망

“클린턴의 무역정책이 유해(harmful)하다면, 트럼프의 무역정책은 끔찍하게 파괴적(horribly destructive)이다.”

미국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애덤 포전 소장은 19일 미국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미국 경제에 끼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그 내용을 이같이 요약했다.

PIIE 보고서는 민주당 클린턴 후보의 무역정책에 ‘회의적’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특히 클린턴이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체결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 협정 발효가 1년 늦어질 때 미국 측 손실이 770억∼1230억 달러(약 87조100억∼138조9900억 원)에 이르고 미국의 아시아태평양지역 안보 동맹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국무장관 시절 TPP를 찬성했으나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후보가 보호무역을 강력히 주장하자 TPP 반대로 입장을 바꿨다.

PIIE 보고서는 공화당 트럼프 후보의 무역정책에 대해선 ‘위험한 돌팔이 처방(dangerous quackery)’이란 주류 경제학자들의 혹평에서 나아가 “미국의 경제적 안위뿐 아니라 국가적 안보에 대한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15일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향후 10년간 평균 3.5%의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일자리 2500만 개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보고서는 트럼프의 보호무역정책으로 무역 전쟁이 촉발돼 민간 분야에서 48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소비와 투자, 정부 지출이 모두 줄어 2년 안에 ‘불황의 늪’에 빠져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트럼프는 미국이 체결한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재협상을 요구하며 중국산과 멕시코산 제품에 각각 45%, 35%에 달하는 징벌적 관세를 매기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보고서는 이런 정책이 현실화할 경우 중국과 멕시코 역시 무역보복에 나서 일자리 감소, 소비재 가격 상승, 경기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일례로 중국이 보복 차원에서 미국 항공기 구매를 중단하면 항공업계 일자리 17만9000개가 사라지고 중국과 주요 무역항인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에서만 17만6000개의 일자리가 날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심각한 타격은 제조업이 입겠지만 유통업과 소매업, 요식업, 의료업 분야에서도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 트럼프 지지층인 블루칼라 노동자가 큰 피해를 보게 된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특히 “아이폰이 중국 경제보복의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자국에서 조립하는 아이폰 공급량을 갑자기 줄이거나 차단할 경우 중국 측 피해는 작은 반면 미국은 재고품 부족에 따른 스마트폰 가격 상승과 애플 주식 폭락으로 대다수 미국인의 퇴직연금에까지 심대한 타격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힐러리#트럼프#경제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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