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브렉시트는 정치와 경제의 기괴한 댄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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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적 경제이론으로 설명 안돼… 시장 주체들 상호 역동적인 작용
소로스의 ‘재귀성 이론’ 주목해야”

브렉시트 국민투표(6월 23일)를 일주일 앞둔 지난달 16일 브렉시트 반대 캠페인을 벌이던 영국 노동당의 조 콕스 하원의원이 피살되자 팽팽히 맞서던 찬반 여론이 급격하게 ‘브렉시트 반대’로 기울었다. 일부 예측 전문 기관은 “영국의 EU 잔류 가능성이 80%에 이른다”고 할 정도였다. 국민투표 당일에도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이 ‘잔류’를 전망했다. 그러나 결과는 충격적인 탈퇴였다. 파운드화가 폭락하고 금융시장이 큰 충격에 빠지자 잔류 지지 세력이 2차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등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29일 “브렉시트는 이처럼 정치와 경제의 ‘기괴한 댄스’ 같다. 시장에 대한 인식과 현실, 그리고 정치가 서로 영향을 주며 기이하고 전례 없는 상황을 계속해서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특이한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이론적 도구로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조지 소로스(86·사진)의 ‘재귀성 이론(Theory of Reflexivity)’이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이론은 ‘수요와 공급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궁극적으로 균형을 유지한다’는 고전적 시장경제 이론과는 다르다. 금융시장 참여 주체가 상대의 행동을 예측하면서 선제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시장의 끊임없는 변화와 상호작용, 그리고 역동성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소로스가 런던정경대(LSE)에서 평생의 스승인 영국의 철학자 칼 포퍼 교수에게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토대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FT는 “콕스 의원의 피살로 ‘잔류 지지’가 급증하자 탈퇴 지지 세력이 더 적극적으로 투표에 임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브렉시트를 현실로 받아들이면 시장은 궁극적으로 안정되겠지만 2차 국민투표 운동이 진행되는 지금 형국은 그렇지도 못하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의 예측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그런 시장의 변화가 또 다른 영향을 낳는 역동성이 계속되기 때문에 ‘언젠가 균형을 이룰 것’이란 막연한 예측보다 그런 변화에 대응하고 적응하는 게 중요하다고 소로스는 강조해 왔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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