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명 학살한 ‘아프리카의 피노체트’ 아브레 前 차드 대통령 종신형 단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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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갈 망명중 특별법정 세워져… 피노체트처럼 외국서 체포-재판

‘아프리카의 피노체트’로 불리는 차드의 독재자 이센 아브레(74·사진)가 오랜 망명 생활을 해 온 세네갈에서 지난달 30일 종신형을 선고받았다고 BBC와 AFP가 보도했다. 세네갈의 아프리카특별재판정(EAC)은 그가 집권 8년간 조직을 동원해 정적을 탄압하고 강간과 고문, 처형을 명령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아프리카의 독재자가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1982∼1990년 차드의 대통령이었던 아브레는 1990년 12월 현 차드 대통령인 이드리스 데비가 이끄는 반군에 쫓겨난 후 차드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에서 독립한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망명 생활을 해 왔다. 냉전시대 미국과 프랑스의 지원으로 집권한 그는 자신의 집권 기간에 무려 4만 명의 목숨을 빼앗을 정도로 학정을 폈다. 생존자들 증언에 따르면 아브레의 비밀경찰은 수도 은자메나의 수영장 지하에 감옥을 만들어 놓고 전기 고문, 담뱃불 고문, 질식으로 가사 상태에 이르게 하는 고문을 저질렀다.

아브레는 칠레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가 퇴임 후 요양하던 영국에서 체포돼 법정에 세워졌던 것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비난 여론이 빗발쳐 2005년부터 세네갈에서 가택연금 상태에 놓인 아브레는 한때 차드로 송환될 뻔했다. 그러나 아브레의 정적이 집권한 차드에서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 유엔의 반대로 세네갈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차드에서 결석재판으로 사형 선고가 내려진 2013년 아프리카연합(AU)과 세네갈은 아브레의 재판을 위해 EAC를 설립했다. 지난해 7월 권좌에서 물러난 지 25년 만에 그를 법정에 세워 다시 10개월여 만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

15일 내에 항소할 수 있는 아브레는 판결 직후 오른손을 쳐들고 이번 판결이 외세 개입 탓이라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그의 독재에 신음했던 차드 국민들은 이번 판결을 열렬히 환영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아프리카#피노체트#종신형#아브레#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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