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비정규직 임금인상’ 꺼내든 아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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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의 70∼80% 수준으로”… 아베노믹스 약발 떨어지자
노동개혁 통한 복지확대 강조… 재계 “기업 비용만 증가” 우려

아베노믹스 실패로 경기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7월 참의원 선거를 치러야 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선심성 정책 카드를 꺼냈다. 재계는 “기업에 일방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킬 것”이라며 정치 논리가 경제를 지배하는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보수 정권과 재계 사이에 균열이 커질 조짐이다.

아베 내각이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의 70∼80%까지 올린다는 방침을 다음 달 발표할 ‘일본 1억 총활약계획’에 반영한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정·재계에 논란이 거세다. 초안에 따르면 기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직원 간 불합리한 격차를 방지하는 지침을 작성해야 하고 통근수당과 출장비 등에서 차별을 둬선 안 된다. 일본 비정규직이 받는 임금은 정규직의 57%로 한국(54%)보다는 조금 많지만 프랑스(89%) 독일(79%)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적다.

일본 보수정치의 상징인 아베 총리가 친(親)노동 정책을 들고나온 것은 취임 이래 높은 지지율의 원천이던 ‘아베노믹스’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돈을 풀어 소비를 활성화하겠다며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한 대대적인 양적완화 정책에도 일본 증시는 좀체 회복되지 않고 엔화 환율은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선거가 임박하자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 노동개혁을 통한 복지 확대 카드로 승부를 낼 참이다. 노동자 표심을 잡기 위해선 기업의 양보가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아베 총리는 2월에도 “아베노믹스의 성과로 나온 기업 수익을 노동자에게 배분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인상률보다 더 높도록 이익을 배분하도록 하겠다”며 “근로자의 40%나 되는 비정규 근로자의 처우를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베노믹스로 돈을 번 기업들이 이제 돈 보따리를 풀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베 정권 행보가 선거용 공약(空約)일 뿐 진정성은 없는 듯하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마이니치신문은 관가(官街)에서조차 ‘아베 총리가 올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노믹스 성과를 강조하기 위해 무리하게 법제화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정권 연장을 위한 비용을 떠안게 된 기업들은 ‘시장 원리’를 강조하며 씁쓰레한 표정이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신原定征) 일본 경단련 회장은 “일본의 경우 같은 직무라 해도 일하는 방식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장래에 대한 기대나 전근 가능성 등의 차이도 있다. 단순한 사고로 문제를 풀려고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미무라 아키오(三村明夫) 일본상공회의소 회장도 “정사원(정규직) 임금을 내리는 것은 어렵고, 비정규 사원 임금만 올라갈 공산이 크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선거#비정규직#아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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