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 한 그릇이 핵폭탄으로” 캄보디아 한인들, 북한 식당 불매운동

  • 동아닷컴
  • 입력 2016년 4월 7일 10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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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 있는 북한 식당들이 줄줄이 폐업을 하고 있다. 프놈펜에서만 최근 3곳이 문을 닫았고 나머지 식당들도 손님이 없어 장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캄보디아 한인회 때문이다. 북한식당 안가기 운동이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그들이 이러한 일을 벌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VOA(미국의 소리) 방송은 북한 식당들의 잇다른 폐업이 이어지자 그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김현식 캄보디아한인회장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7일 소개했다. 김 회장은 “한인회가 2월부터 북한 식당을 가지 말자는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벌인 이후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남북 간의 갈등으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자 한인회와 함께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는 “냉면 한 그릇을 사먹는 게 별거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 돈으로 핵폭탄을 만드는 것이라면 우리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프놈펜에는 5년 전까지만 해도 북한 식당이 ‘평양 랭면관’과 ‘대동강 식당’ 2곳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 4곳이 추가로 개업해 성업 중이었다. 한인 식당들과 달리 여성 종업원까지 동원해 호객 행위를 해 호황을 누렸고 이런 영업 덕분에 북한 식당의 연간 수입이 25~40만 달러(약 2억 8000만원에서 4억 6000만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회장은 현지 한인 식품점과 식당들에 북한 식당 출입을 하지 말자는 포스터를 붙이고 한인 여행사들에 전화를 걸어 출입을 삼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말했다. 또한 북한 식당 앞에서 출입 자제를 요청하는 캠페인도 펼치기도 했다.

캄보디아주재 한국대사관도 현지 한인들에게 북한 식당 이용을 자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이제 북한 식당을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고 전해졌다.

김 회장은 “예전엔 평양 식당이나 북한 식당에 차를 댈 곳 조차 없을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지금도 손님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지만 중국이나 현지 사람이 찾는 정도다. 한국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완전히 소멸됐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씨엠립의 북한 식당 2곳도 사정은 마찬가지. 주기병 씨엠립한인회장은 VOA에 “거의 손님이 없다고 보면 된다. 평소 일반 손님들이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만석이었다. 지금까지 한국 관광객에 의존해서 경영을 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이 외화벌이 목적으로 만든 앙코르 파노라마 박물관 역시 한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며 운영을 못하는 상황이 처했다고 전해졌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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