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형 때문에… 시진핑 부패척결, 제동 걸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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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페이퍼스’ 후폭풍 확산]매형 덩자구이, 2014년 이어 또 ‘페이퍼 컴퍼니’ 명단에 올라… 장가오리-류윈산 친인척도 포함
中, 현직지도부 3인 연루 의혹에, 검색-보도통제 등 파문진화 비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형제자매 중 가장 존경한다고 밝힌 사람은 큰누나 치차오차오(齊橋橋·67)다. 이 누나의 남편인 덩자구이(鄧家貴·65·사진)가 4일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폭로한 조세회피 자료에서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로 지목돼 시 주석이 궁지에 몰렸다. 시 주석이 강력하게 반(反)부패 사정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사이 매형은 해외 조세피난처에 ‘유령 회사’를 만들어 재산을 숨겨왔다는 말이 된다.

중국 당국은 ICIJ의 폭로 이후 바로 보도통제를 시작했다. 포털 검색창이나 웨이보(微博·중국의 트위터)에서도 검색이 되지 않는다. 시 주석이 공들여온 반부패 개혁의 동력이 약화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 주석의 매형인 덩 씨는 2009년 9월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베스트 이펙트 엔터프라이즈’와 ‘웰싱 인터내셔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했다. 당시 시진핑은 국가부주석과 공산당 중앙당교 교장 등 요직을 맡고 있었다. ‘베스트 이펙트’는 홍콩의 한 회사를 주소지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존재하지 않는다. 홍콩 밍(明)보는 5일 “두 회사 모두 시 주석 집권 후 활동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ICIJ가 2014년 1월에 공개한 자료에서도 덩 씨 이름이 등장했다. 버진아일랜드에 ‘엑설런스 에포트 프로퍼티 디벨로프먼트’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만든 것이다. 설립 시점은 2008년 3월로 덩 씨는 이 회사의 대표이자 지분을 50%나 갖고 있었다.

덩 씨 부부는 지난해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회사 완다(萬達) 자회사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뉴욕타임스가 지난해 4월 “일부 중국 고위층과 측근이 완다그룹의 주주로 등록돼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그해 10월 29일엔 왕젠린(王健林) 완다 회장이 미국 하버드대 강연에서 “2009년 완다그룹 산하의 ‘완다상업부동산’이 사모(私募) 방식으로 투자를 받을 때 덩 씨 부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베이징친촨다디(北京秦川大地)’라는 부동산 투자회사도 참여했다”고 공개했다.

시 주석은 2012년 11월 집권 이후 반부패 개혁에 나서면서 가족과 친인척들에게 보유 재산을 팔아치우라고 하면서 주변을 단속했지만 누나 부부를 둘러싼 구설은 끊이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덩 씨 부부의 재산 형성 과정에 시 주석이 관련됐는지는 별로 드러난 게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2012년 6월 덩 씨 부부와 딸 등의 부동산 자산총액이 7억6000만 달러(약 8740억 원)라고 보도했다. 누나가 희토류 회사 지분 18%를 갖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덩 씨 부부는 과거 부동산 개발회사인 ‘베이징중민신팡디찬(北京中民信房地産)개발’을 세워 치 씨가 회장, 덩 씨가 사장을 맡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번에 공개된 페이퍼 컴퍼니에는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와 류윈산(劉雲山) 언론 및 이데올로기 담당 정치국 상무위원의 친인척도 이사와 주주로 등록된 것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시진핑#부패척결#파나마#페이퍼스매형#덩자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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